"한 마리를 다 사고는 싶지만 선뜻 손이 안가네요"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모(40)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생선을 살 때 '토막 생선'을 찾는다.
토막 생선은 생선을 통째로 파는 대신 말 그대로 몇 개로 조각을 내 조금씩 파는 상품이다.
대형마트에서 고등어(400g) 한 마리를 사면 3980원인데 반 토막짜리는 1980원이다.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씨처럼 토막 생선을 사려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자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말 일부 매장에서 시험적으로 팔았던 '소포장 생선모듬 코너'를 전국 매장에 모두 다 들이기로 했다.
갈치·삼치·연어 등 덩치가 큰 생선을 팔 때는 4인 가족에 맞춰 보통 4조각으로 나눠 파는 게 보통이지만, 이곳은 용량이 50~70%가량 작은 1~2조각을 모아 판다.
올 들어서 이 코너에 부쩍 사람이 많이 몰리면서 소포장 생선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23% 가량 늘었다.
홈플러스도 이러한 '반 토막' 생선의 인기가 높아 고등어는 140%, 삼치 137%, 갈치 125% 등 올 들어 지난해보다 두 배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생선뿐 아니라 역시 가격이 크게 오른 채소도 소용량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요즘 대형마트에서는 천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꼬마 채소 묶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가 깻잎·풋고추·양파·당근 등 14개 채소를 이전의 50~70% 용량으로 묶어 970원에 내놓은 상품의 매출은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늘었다.
이와 비슷하게 이마트가 내놓은 '990 채소'의 판매도 작년보다 50% 이상 늘어 한 달 매출이 23억원이 넘고, 홈플러스의 980원짜리 채소 묶음도 지난해보다 30% 가량 매출이 늘었다.
또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국거리용 쇠고기 팩의 용량을 기존 300g에서 절반으로 줄인 150~200g 제품을 내놓는 등 점점 소포장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유통업계는 이렇게 소용량 신선식품 판매가 늘어나는 이유는 고물가에다 최근 혼자 사는 사람이나 맞벌이 가정이 많아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성수동에 사는 신혼 주부 김모(27)씨는 "남편하고 둘이 사는 데 대형마트에서 생선을 통째로 파는 것이 그동안 불만이었다"며 "토막으로 생선을 사면 음식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값도 싸다"고 말했다.
집에서 밥을 먹는 때가 줄어드는데 굳이 큰 단위로 음식 재료를 사서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마트 이태경 신선식품 담당은 "최근 상품값이 많이 오르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소용량 상품을 사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에 맞춘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품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