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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농축수산물 값..산지도 아우성

"농축수산물 가격이 자고 나면 뛴다고 소비자들은 난리인데 출하 물량은 줄어든 반면 생산비용은 급증해 저희도 속이 탑니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한파 등으로 농어민들의 시름이 소비자들 이상으로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돼지고기에 이어 닭과 배추, 고등어 등 다른 농축수산물의 공급 차질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육계(식육용 닭) 산지가격은 ㎏당 2278원으로 1월 평균 1564원보다 45.7%(714원)나 올랐다.

달걀 산지가격은 10개당 1372원으로 7.4%(94원) 상승했다. 오리는 ㎏당 2900원으로 24.3%(567원) 급등했다.

AI 여파로 닭과 오리 570여만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수급 차질로 산지가격이 뛰는 것이다. 한국양계협회는 구제역 직격탄을 맞은 돼지고기에 대한 대체 수요로 이달 중 육계 값이 ㎏당 100~200원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양계협회 관계자는 "산란용으로 키울 병아리의 수급마저 어려워지고 있다"며 "AI도 문제이지만 사료 값 등 제반비용이 급등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경북지역에서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작년 11월 말 이후 우시장이 폐쇄되면서 소의 산지가격이 형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전.충남지역에서는 돼지고기 소매가격이 100g에 2500원 안팎으로 예년보다 25% 이상 올랐지만, 축산농민들은 도매가격이 이보다 낮은데다 출하 물량 급감과 사육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파와 폭설도 농어가에 고통을 주고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최근 폭설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상당수 비닐하우스가 파손됐다. 이에 따라 해당 농가들은 비닐하우스 복구에 힘을 쏟느라 파프리카를 출하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폭설 피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혹한에 연료비 부담이 20~30% 늘어나 농산품을 출하해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강원도 인제읍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장우덕(42) 씨는 "올해는 강추위로 난방비가 30%가량 더 들어가고 있다"며 "시설농가는 난방비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투자 금액만 건졌으면 하는 심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 겨울 배추의 약 70%를 생산하는 전남 해남에서는 배추가 냉해로 밑동이 썩어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추 포기당 가격이 작년 12월 중순 2천원대에서 지금은 5천원대로 폭등했다.

해남의 겨울 배추 재배면적은 3569㏊로 작년보다 25.4% 증가했지만, 생산량은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농가 입장에서는 가격이 올라도 수입은 제자리이거나 손해를 보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해남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김모(65) 씨는 "계속된 한파로 땅이 얼어 수확작업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 공동어시장에서는 고등어와 오징어 등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위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예년에 7만~8만원에서 거래되던 20㎏짜리 고등어 한 상자가 지금은 20만~30만원으로 치솟았다.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한파 때문에 바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어군 형성이 안 돼 어획량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