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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조 인수전 '새 변수'

대선주조 인수전에 나선 부산 조선기자재 전문기업 비엔그룹과 부산 건설기업 삼정이 입찰제안서 마감 하루 전인 24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에 나서겠다"고 발표, 대선주조 인수전의 막판 판도가 급변했다.

이로써 대선주조 인수전은 '부산 향토기업 컨소시엄 대 소주업체 2곳'의 대결로 압축됐다.

◇"부산 향토기업이 뭉쳐 부산 소주업체 살리겠다" = 비엔그룹과 삼정은 컨소시엄 구성 명분으로 "부산 향토기업이 힘을 합쳐 80년된 부산 소주업체 대선주조를 살리겠다"고 내세웠다.

두 회사는 "부산에는 부산 대표 소주가 있어야 한다"며 시민 정서도 자극하고 있다. 특히 한때 시장점유율이 99%에 가까웠던 대선주조 시원(C1)의 시장점유율이 이른바 '대선주조 먹튀논란'에 휩싸이면서 50% 아래로 추락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만큼 소주 시장은 소비자들의 여론과 정서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소주는 여론과 지역 정서에 부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소비재여서 외지 소주업체가 대선주조를 인수하면 대선주조는 하나의 생산공장으로 전락해 또다시 부산시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먹튀논란'때문에 부산시민들은 묵시적으로 대선주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나 경남 소주 '화이트'의 무학은 부산시민 여론과 정서를 존중해 공정하게 경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힘을 합침에 따라 자금부담을 나눌 수 있어 인수가격을 써낼 때 한층 여유가 생긴 것도 컨소시엄 구성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학, 롯데칠성 "컨소시엄 효과 크지 않을 것" = 반면 무학과 롯데칠성은 인수전 막판 부산의 향토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이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학은 저도소주 '좋은데이'가 부산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주조까지 인수하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으로 대선주조 인수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만약 대선주조가 부산 향토기업이나 롯데칠성에 넘어가면 어렵게 끌어올린 현재 '좋은데이'의 부산시장 점유율이 뚝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무학 측은 "대선주조와 무학은 원래 한뿌리"라며 "지역 소주시장은 지역업체 스스로 지켜야 하는 만큼 대기업보다는 지역시장을 살리고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무학에서 대선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학 관계자는 "부산 향토기업 두 곳의 컨소시엄 구성이 너무 늦어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며 "부산시민의 여론이나 정서도 중요하지만 채권단은 결국 더 유리한 인수조건을 제시하는 쪽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대선주조를 인수할 경우 부산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전국 소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대선주조 인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을 인수한 뒤 2009년부터 부산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대선의 높은 벽과 저도소주 '좋은데이'를 앞세운 무학의 공세앞에 한자릿수 시장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부산지역 17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향토기업 대선주조 되살리기 시민행동'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선주조 시원(C1)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롯데 푸르밀의 '먹튀'에 대한 시민 분노이기 때문에 80년된 향토기업인 대선주조는 향토기업 두 곳이 공동인수하는 게 맞다"며 "롯데칠성이 대선주조 인수 의향서를 낸다면 범 시민적 반대운동을 벌이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