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튀니지 등 최근 아랍권의 잇단 혁명과 소요는 식량위기로 인해 세계 빈곤 국가들이 맞이할 체제 불안의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이 13일(현지시각) 밝혔다.
세계적 경제학자로 특히 제3세계 등 경제개발 전문가인 삭스 교수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부터 북아프리카 서해안에 이르는 아랍 지역 전반의 불안의 근본 위기는 세계 식량위기라며 이 같이 말했다.
삭스 교수는 최근 아랍권 혁명과 관련해 "무슬림 형제단이나 정치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아와 빈곤, 식량 생산, 세계 경제의 변화가 문제다. 1만마일(약 1만6천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지역은 이제 거대한 잠재적 불안 지대가 됐다"고 밝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주요 식량 가격을 나타내는 '식품가격지수(Food Price Index)'가 지난 달까지 7개월 연속 상승, 지난 1990년 관측 시작 이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삭스 교수는 특히 올해 중국이 식량 수입국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농업부문이 취약해 이미 식량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아프리카 빈곤 국가들의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 나라들은 현 국제 가격에서 곡물 수입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며, 현 곡물 가격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에서 불안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이미 들썩들썩하는 이들 지역에서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최근 니제르와 모리타니아에서 발생한 알-카에다 세력의 공격 및 납치 사건은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사하라 사막 남쪽의 사헬 지역을 따라 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막으려면 아프리카 각국 정부들이 국민의 기초 식량 수요를 확실히 보장함으로써 알-카에다 등의 기반을 빼앗아야 하며 이는 선진국들이 세계 식량 부족 문제와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가능하다고 삭스 교수는 밝혔다.
주요 8개국(G8)의 경우 지난 2009년 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약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아프리카 소농 생산성 향상 등에 쏟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중 10분의 1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삭스 교수는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선진국들은 말로는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며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기아 문제 해결에 무게를 실어줄 것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의 연간 곡물 생산량 100만t을 두 배로 끌어올리면 식량 순수출 지역으로 만들 수 있으며 수자원ㆍ종자ㆍ비료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계획을 국제적으로 지원하면 이같은 야심찬 목표를 5년 내에 달성 가능하다고 삭스 교수는 전망했다.
또 이러한 접근법에 못 미치는 어떠한 대책도 정치적 불안 속에서 대규모 식량 지원을 허겁지겁 제공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