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만에 예방백신 접종 카드를 꺼낼 만큼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예년 같으면 연말 특수를 누렸을 고깃집에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올해 초 구제역 파동을 겪을 당시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강원도 일부 시ㆍ군에까지 구제역이 옮았다는 소식에 불안을 느낀 시민이 고기를 외면하는 것이다.
고깃집 주인들은 매년 이맘때 '송년 특수'로 매출이 늘었지만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고 울상이다.
종로구 사간동에서 5년째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홍섭(36)씨는 23일 "보통 12월에는 연말 모임 등으로 손님이 많아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는데 올해는 예년의 30% 정도밖에 못 팔고 있다"고 전했다.
구기동의 한우 전문점 직원 최모(50.여)씨도 "매출이 평소의 70~80% 수준이고 연말 매상으로 치면 30% 수준밖에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광주의 한 고깃집은 예약 받았던 송년모임이 10건이나 취소됐다. 주인 윤모(40)씨는 "연말에는 수요가 많아 가격이 10% 정도 오르는데 올해는 지난주에 15~20% 올랐다"며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손님들 발길이 끊어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고깃집들이 아직은 가격을 올려 받지는 않고 있지만 구제역이 계속 수그러들지 않으면 고깃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22만 마리 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했고,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는 데도 시간이 걸려 지금 당장 구제역 확산이 멈추더라도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덕 연구위원은 "내년 1월은 설을 앞두고 기본적인 수요가 많은 때인 데다 이동제한으로 일시적으로 공급이 줄어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이 일제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2월 이후 이동제한이 점진적으로 해제되면 고깃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