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한약재의 중금속 안전관리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소비자단체가 반발하고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행 한약재의 카드뮴 안전관리기준 0.3mg/kg을 1.0mg/kg으로 완화하고 식품의 재료로 쓰이는 한약재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청은 관련기준 개정에 앞서 전문가 자문을 위해 지난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한약제제 소분과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한약재 417가지의 카드뮴 안전관리기준을 일괄적으로 1.0mg/kg 이하로 관리하는 개정안이 의결됐다.
지난 2005년 현행 카드뮴 안전관리기준 도입 당시 위해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채 중국,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기준을 참고했으나 향후 수입 한약재의 부적합률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면서 기준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과 일부 유럽국가가 관련기준을 1mg/kg과 1.0mg/kg으로 각각 완화한 것도 고려됐다.
식약청 김진석 한약정책과장은 "수입 황금오약의 경우 기존 기준대로 하면 80% 이상이 부적합으로 나오기도 한다"며 "중금속은 자연 속 토양에 들어있기 때문에 기준의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기준을 완화해도 안전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위해분석과 관계자는 "2008년 다빈도 처방전 20가지를 중심으로 2004∼2007년 실시한 한약재 모니터링 자료 3417건을 분석해 총 위해지수를 산출한 결과 잠정주간섭취허용량(PTWI)의 2%를 넘지 않았다"며 "한약재 25가지가 들어가는 우황청심환의 경우 위해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0.15%로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위해평가 결과 카드뮴 축적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목향, 백출, 오약, 우슬, 창출, 택사, 황련 등 7개 생약에 대해서만 안전관리기준을 0.3mg/kg으로 완화해 유지하고 나머지는 안전관리기준이 없이 주기적인 모니터링으로 보완해도 안전하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그러나 우리나라의 카드뮴 노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기존 기준에 따른 수입한약재의 부적합률이 높다고 해서 기준을 다시 완화하는 것은 산업계의 이해만을 고려한 조치라며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식약청이 한약재의 중금속 안전관리기준을 완화할 경우 한약 안먹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한 결과 카드뮴 혈중 농도는 0.94㎍/ℓ으로 WHO 권고치 5㎍/ℓ보다는 낮지만 미국 0.47㎍/ℓ, 독일 0.43㎍/ℓ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옥 회장은 "한약재 중금속 안전관리기준 완화 추진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업계 유통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 불신임 운동과 함께 한약 안먹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약재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관련 기준을 완화했다고 해서 이를 따르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한약보다 더 자주 먹는 식품의 경우 기존 한약재 기준보다 좀 더 낮은 관련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