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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분업계, 밀가루 홍보 활동 본격화

CJ제일제당 양산공장 개방 안전성 강조

지난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CJ제일제당 제분공장.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사별(篩別)기 안에서 밀가루가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였다.

밀가루를 체 쳐 입자를 분리하는 사별 공정 외에도 분쇄 공정, 순화 공정 등 밀가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원들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꼼꼼하게 지켜봤다.

포장을 제외한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10명 안팎의 직원이 공정을 대부분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날 한국제분협회는 1955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기자단 초청행사를 열어 제분 공장 내부를 공개했다.

최근 수 년 사이 밀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다 밀가루의 안전성에 대한 루머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자 더는 위기를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선 것이다.

조원량 한국제분협회 전무는 "밀가루에 방부제나 농약을 쳤다거나 표백제를 쓴다는 불안감과 오해를 없애려 이례적으로 제분 공장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밀 소비량은 2000년 182만t이었으나 작년 162만t으로 떨어졌다.

정부와 자치단체 모두 쌀 소비 촉진에 집중하고 있고, 식품업계 역시 웰빙 트렌드를 노리고 쌀로 만든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밀보다 쌀이 더 건강한 곡물이라는 뉘앙스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분업계가 식량자급이라는 측면에서 수입품인 밀을 쌀만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어려워 속병만 앓던 끝에 '밀가루 제대로 알리기'라는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제분업계는 우선 연간 170만t인 국내 유통 밀가루 가운데 대부분(95%)이 수입 밀을 국내에서 가공해 판매하는 제품이고,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밀가루는 4%에 불과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조 전무는 "수입 밀을 국내에서 가공해 만드는 밀가루는 저가 저품질의 일부 수입 밀가루와 달리 엄격한 식품안전 기준을 충족해 까다로운 일본의 유명 제과업체로 수출될 정도로 고품질"이라고 강조했다.

제분업계는 밀가루를 더욱 희게 만들기 위해 표백제를 쓴다거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를 사용한다는 근거 없는 의혹을 바로잡는 데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밀가루는 껍질과 씨눈을 제외하고는 곱게 빻을수록 하얘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또 밀은 자체 수분함량이 8∼12%로 낮은 편이라 장기간 보관을 위해 방부제가 필요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신대섭 CJ제일제당 양산공장장은 "나라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품질에 차이가 있는 데 국내의 경우 외국에서 '과잉 품질'이라 표현할 만큼 고급 밀가루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국내 제분업체들은 그에 맞는 높은 기술을 가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