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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조 인수전 '지역정서 눈치보기'

부산의 소주업체인 대선주조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향토소주'라는 지역정서가 인수전 향방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 상공인들로 구성된 부산상공계 컨소시엄은 3일 대선주조 매각주간사인 대우증권 측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공식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부산의 조선기자재 업체인 비엔그룹(대표 조성제)과 경남 소주업체인 무학이 대선주조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대선주조 인수전은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당초 인수전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롯데주류와 금복주 등은 최근 인수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선주조를 둘러싼 인수전이 본격화되자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향토기업 살리기'라는 취지를 내세우며 대선주조 인수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175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80년 전통의 부산기업 대선주조를 되살리려면 지역기업들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무학을 포함한 외부 기업의 참여는 일체 배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상공계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부산상공회의소 신정택 회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선주조를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주체가 대선주조를 인수해야 한다."라며 "책임 있는 지역 기업들이 대선주조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주류회사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무학이나 롯데주류 등 기존 업체의 컨소시엄 참여를 막을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지역 상공계 입장도 무학이나 롯데주류 측이 대선주조를 흡수합병하는 것이 아닌 지분참여를 통해 경영지원에만 나설 경우 상생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라며 "지나치게 지역주의만 고집하는 것도 대선주조 경영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독 인수의사를 밝혔던 무학 역시 부산상공계 컨소시엄이 공식 인수의사를 밝히자 부산상공계 쪽 컨소시엄에 지분을 참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필요하면 단독인수 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무학 최재호 회장은 "무학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대기업이나 수도권의 메이저사가 대선을 인수해 지방 소주시장을 뒤흔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대선이 무리한 인수전에 휘둘려 퇴출되는 것보다는 지방소주사끼리 협력과 경쟁을 통해 지역시장을 지키고 수도권시장에 진출하는 등 상생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엔그룹 역시 지역기업인 대선주조는 지역기업에서 인수해 책임 있는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엔그룹 조수현 상무는 "대선주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전 경영진에서 회사를 책임지고 발전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해 책임경영을 도외시한 결과"라며 "지역정서를 잘 알고 지역기업으로서 대선주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가 대선주조를 인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선주조 인수전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매입가격 등을 포함한 인수제안서를 제출받아 다음달 중순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본격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