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민속식품’ 박재연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나 마흔이 넘도록 부산에서만 살았던 부산 토박이다.
부농이 꿈인 남편을 따라 무작정 따뜻한 남쪽을 찾아와 정착한 곳이 바로 지금 살고 있는 고성군 하일면 수양마을이다. 귀농 후 처음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한다.
고성 하일면 수양마을은 남해안 청정해역 자란만에 접해있는데다 수태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이라 항상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박 대표는 어느 날 우리밀을 수확하는 것을 처음 보고, 콩과 밀을 함께 띄워 막장을 만드셨던 친정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막장을 만드는 모습을 되살리면서 친정어머니 따라잡기를 시작하게 됐다. 된장, 간장, 고추장, 멸치액젓을 담고 장아찌를 만들었다.
친구나 선후배에게 조금씩 만들어 주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주위에서 ‘아예 부업으로 나서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 경남도농업기술원에서 지원하는 농촌여성 창업지원 사업을 신청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니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국비와 군비 각 5000만원씩 1억 원을 지원받아 132㎡(40평) 규모로 작업장을 짓고 메주 숙성실도 만들었다. 작업대, 고추장 혼합기, 장독대, 저장고 등을 갖추니 조그마한 공장이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모르고 시작해 애로점이 많았다”며 “관심이 있는 농업인은 사업신청 이전에 식품가공 공장 설립에 따른 사전 기초지식을 가지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시행착오도 있었다. 마을에서 재배되는 도라지를 삶아 나온 추출액으로 고추장을 만들어 보았다. 맛은 일품이었으나 도라지를 다듬는 인건비가 많이 들고 시장성도 없어 실패했다.
박 대표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을 해 나갔다. 지난해 매실장아찌와 엑기스를 정성스레 담아 전국단위 경영인회 행사 때 시식 및 판매 행사를 가졌다.
박 대표는 제품을 판매하기 전 지인을 통한 시식 평가를 받은 후 레시피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콩잎장아찌와 간장, 된장, 고추장, 멸치액젓 등은 요즘 소비자 입맛에 맞게 짜지 않게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국 판매망 개척을 위해 부산시 소재 쇼핑몰 ‘리치웰’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기초 자료를 등록했다. 아직은 초기라 판매실적이 미흡하지만 앞으로 고향의 맛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제품 다양화를 위해 고성 하일면에서 많이 재배되는 취나물을 이용한 장아찌, 산초잎, 뽕잎장아찌를 만들었다. 앞으로 콩잎, 깻잎, 마늘장아찌도 만들 계획이다.
마늘, 깻잎, 콩잎 등 모든 식재료는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어 계절마다 수확, 제철에 맞는 친환경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음식에는 산야초엑기스를 가미해 맛과 기능성을 더하는데 그 재료인 산야초를 뒷산에서 직접 채취해 담가 준비한다. 멸치액젓의 경우는 남해안 청정해역에 접해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다. 봄에 담아 숙성시킨 후 단골 도시 소비자들에게 매년 공급해 주고 있다.
앞으로 이들 식품들이 모두 완성되고 어느 정도 숙성이 되면 고성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룡나라 쇼핑몰’에도 입점해 판매할 계획이다. 우선 포장지 및 포장용기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 시중 판매되고 있는 기업체나 일감 사업장 제품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고성민속식품은 군에서 추진하는 각종 농산물 전시.판매.홍보 행사에 적극 참여해 소비자가 찾는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