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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막걸리 옛 명성 되찾자"

작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설문조사를 벌여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막걸리를 뽑았다.

맥주의 계절인 여름이 오고 있지만 막걸리 인기에 눌려 ‘맥’을 추지 못할 정도로 막걸리의 인기는 올해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막걸리는 이미 트렌드이자 뜨거운 아이콘이 됐다.

2000년대 후반 웰빙과 복고 바람을 타고 돌아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2009년 최고 히트상품이 된 막걸리.

이제 '막걸리'하면 세련된 술,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술,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배나 많은 영양 만점의 웰빙 술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주류시장에서 와인을 제칠 정도로 놀라운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는 법. 막걸리 인기가 상승하면서 부작용도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이런바 제 살 깎기 식의 막걸리 업체 간 경쟁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업체 간의 ‘박’ 터지는 과열 경쟁과는 정 반대로 지역 막걸리 업체들이 손을 잡고 상생효과를 발휘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9개 업체들로 구성된 포천막걸리 사업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포천막걸리’가 그곳이다.

이들이 합친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 내 업체간 과당경쟁을 막고 포천막걸리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과거 명성과 달리 생막걸리로 대표되는 서울막걸리 등에 시장을 내주고 있지만 정작 포천에선 9개 막걸리 업체가 운영돼 제대로 된 승부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맛이나 제품 등에 차이가 나는 포천막걸리에 대해 일관된 입맛을 가질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들이 하나로 몸을 합치는 움직임은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내촌주조·배상면주가·백운주조·상신주가·조술당·이동주조·일동주조·포천막걸리·포천명가 등 포천 지역 내 9개 막걸리 업체는 포천막걸리사업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 같은 효과는 지난 18일 포천막걸리 상표가 국내 최초로 지역 특화상품의 브랜드를 상표법상 보호하는 제도인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출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천막걸리의 시너지 효과는 포천쌀 소비 확대로도 이어질 전망으로 내년부턴 전량을 포천쌀을 이용한 막걸리로 생산할 계획이다.

포천시와 지역농협 등은 포천 전통술(막걸리)산업특구지정과 함께 2015년까지 포천에서 생산되는 쌀 2만1500톤의 40% 가량이 막걸리 제조로 소비될 것으로 전망하고 농가와 업계의 계약재배 사업 등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포천막걸리라는 상표 아래 9개 업체가 힘을 합치자 자치단체와 농협 등의 지원도 따라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막걸리 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포천막걸리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타 업계와 지역에 전파될 경우 지역 막걸리 업계와 농가 모두에게 상생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이 ‘일사천리’로만 흘러갈 것 같지는 않다. ‘포천막걸리’가 성공을 하기 위해선 그 앞에 놓인 과제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수입산 쌀 대신 전량을 포천쌀을 사용해 막걸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은 이미 일부 주류업계에서도 전통주의 원산지표시제에 맞춰 국내산 쌀로 막걸리 만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포천 쌀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메리트가 떨어지게 돼 이들 제품과는 차별화를 해야된다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 9개 업체 모두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 업체 간 얼마나 조화를 이뤄 하나의 브랜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느냐도 당면과제다.

이에 대해 포천막걸리사업협동조합 함범식 이사장은 해결책으로 “9개 업체가 포천막걸리를 살리겠다는 하나의 취지를 갖고 하나로 마음을 합친 만큼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막걸리 연구개발 등을 활성화해 옛 포천막걸리의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포괄적인 답변에만 머물러 있는 상태다.

막걸리 애호가들은 물론 많은 이들의 지지와 관심 속에 첫걸음을 내디딘 ‘포천막걸리’인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구체적인 답변을 찾는 것이 ‘성공’에도 더 빨리 다가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지금 막걸리 애호가들과 많은 국민들은 우리나라에서 전체 술 소비량의 60~70%를 차지하며 진짜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 그때를 생각하며 포천막걸리 사업협동조합이 그 해답을 찾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