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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하이트 '뜨거운 맥주 전쟁'


남아공월드컵 겨냥 장외 홍보전도 치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이곳은 벌써부터 몸이 달아올랐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뜨거워질 정도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축구’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여름 한철’ 판매량으로 승부가 갈리고 마는 맥주시장이다.

국내 맥주 업계의 양대산맥인 하이트맥주와 OB맥주는 여름철 성수기 주도권을 놓고 벌써부터 기선제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서울 도심 번화가나 대학가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지역을 순회하며 판촉행사를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은 물론 신제품으로도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카운터 펀치를 날린 곳은 업계 2위의 OB맥주다.

OB는 지난 18일 최근 세계 맥주 시장의 흐름인 ‘라이트 맥주’에 맞춰 기존의 자사 제품에 비해서도 칼로리를 대폭 낮춘 ‘카스라이트’를 선보였다.

카스라이트는 100ml 기준 27Kcal로 칼로리로 최근 유행하는 막걸리에 비해서도 41%낮은 수준으로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를 주소비층으로 했다.

특히 이 신제품은 국내 유일의 빙점숙성기법, 프리미엄 맥주에 적용하던 3단 호핑 방식과 고발효 공법을 통해 전통적인 맥주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칼로리는 낮춰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하고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이에 뒤질세라 하이트도 20일 남아공산 호프를 사용한 ‘맥스 스페셜 호프 2010’을 출시, 맥주시장 1위 수성에 나서고 있다.

이 제품은 남아공의 청정 자연환경에서 재배한 ‘파인 아로마 호프’를 사용해 맥주 본연의 풍부한 맛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남아공산 파인 아로마 호프의 사용으로 입 안 가득 퍼지는 아열대의 상큼한 과일 향을 즐겁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서로가 상대방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것은 신제품으로서만 아니다. 오히려 링 밖의 전쟁이 더 치열하다.

하이트맥주는 7월 중순까지 축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파티 2010@하이트(party 2010@hite)' 프로모션을 벌이며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는 응원 이벤트를 통해 이미 30명을 선발, 지난 16일 서울에서 진행된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티켓을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선 이색 게릴라 콘서트를 열어 젊은 층 시선 끌기에 나서고도 있다.

이처럼 하이트가 특히 길거리(?) 홍보에 집중한다면 오비는 클럽이나 카페 등과 같은 신세대형 유흥업소를 무대로 판촉행사를 전개하는 등 대조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OB맥주는 한국입체영상진흥원과 손잡고 ‘카스랑’ 호프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스랑’ 점포 내에는 200∼300인치의 대형 멀티스크린이 3D로 설치돼 간단한 식사와 맥주를 마시면서 남아공월드컵을 비롯한 스포츠 관람 및 응원이 가능하다.

카스랑 창업주에게는 최대 1억원까지 무이자 융자는 물론 3000만원 상당의 영상 시스템과 음향시설을 무료로 설치해 주고 있다.

양대 맥주 회사가 정면으로 맞붙은 곳은 또 있다.

바로 TV광고 속에서다. 그 주인공들도 2AM과 2PM은 모두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형제그룹이나 다름없다. 같은 소속사의 아이돌 그룹이 맥주 광고에서 맞붙으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가 생겨난 것이다.

맥주 광고에서 먼저 모델로 나선 것은 2PM이다. 2PM의 옥택연과 닉쿤이 윤은혜와 함께 카스 맥주광고 모델로 나섰다.

이에 하이트 맥주는 2AM 조권을 모델로 등장시키며 카스 광고에 맞불을 놓았다. 젊고 발랄한 이미지를 가진 조권으로 신나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하이트’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맥주전쟁’에도 불구하고 맥주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막걸리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소주 또한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한국주류산업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1월 전체 맥주 시장 판매량은 1122만 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 감소했다. 지난해엔 3.3% 줄었다.

이 같은 맥주 판매 감소세는 경기 순환적 요인에 대체재 막걸리 열풍이 더해져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별로는 하이트맥주가 전년 동기대비 11.4% 줄어든 611만 상자 판매에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57.6%에서 54.5%로 3.1%포인트 떨어졌다. 그 자리는 오비맥주가 차지했다.

오비맥주 역시 511만상자 판매에 머물려 전년동기보다 4.8%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42.4%에서 45.5%로 3%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지난 2007년 18%까지 벌어졌던 양사 간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작년 13%대로 줄은 데 이어 올해엔 9%대의 한 자릿수로 좁혀지는 형국이다. 이 상황이 맥주시장을 더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맥주의 계절’ 여름을 앞둔 국내 양대 맥주업계는 ‘수성’이냐 ‘역전’이냐를 놓고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뜨거운 전쟁터가 되고 있다. 누가 웃게 될지는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