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주 원료인 주정(酒精)에 들어가는 쌀이 크게 늘어난다. 거듭된 풍년으로 창고에 쌀이 쌓이자 쌀 소비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13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쌀이 주정의 전체 원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에는 약 13%(9만5000t)였지만 올해는 약 33%(22만4000t)로 증가할 전망이다.
주정은 쌀, 보리 등 곡물로 만들어진 순도 95%의 마실 수 있는 알코올로, 정부는 매년 주정을 만들 때 어느 정도의 쌀을 쓸지를 미리 정해놓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주류산업협회와 협의해 올해 주정에 쌀을 더 많이 넣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세청에 통보했으며 국세청은 이번 주 중으로 이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보다 주정에 12만9000t의 쌀이 갑자기 더 사용되는 것은 최근 수년간 풍년이 이어지면서 쌀 생산량과 재고가 늘고 있지만 오히려 소비량은 줄어들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09 양곡연도(2008년 11월∼2009년 10월) 양곡 소비량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4.0㎏으로 전년 대비 1.8㎏(2.4%) 감소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쌀 한 가마니(8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6년(78.8kg) 이후 4년째다.
정부는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자 농가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쌀로 만든 과자, 빵, 국수, 막걸리 등의 제조를 권장하고 있으며 이런 연장선상에서 주정에 들어갈 쌀 사용량을 크게 늘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기준으로 희석식 소주의 출고량은 100만3568㎘였다.
국내 주정을 사용한 소주는 외국에서도 인정받아 지난해 세계 57개국에 1억1293만1000달러(8만1171t) 어치가 수출되기도 했다.
금액 기준으로 일본 수출량이 전체의 82.5%(9315만3000달러)에 달했고 미국 8.1%(913만2000달러), 중국 4.4%(495만9000달러), 호주 0.9%(96만3000달러), 필리핀 0.7%(82만6000달러) 등이었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주정은 높은 품질을 요구하기로 까다로운 보드카의 원액으로 수출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