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왕국 일본에서 막걸리와 김치가 음식 한류의 첨병으로 나서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도쿄 식품박람회 2010' 중 한국관에서 단연 인기는 막걸리와 김치였다.
막걸리는 일본 내 최대 유통망을 갖고 있는 이동 막걸리부터 기능성이 첨가된 메생이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이 출시돼 일본 바이어들을 유혹했다. 기존에 막걸리는 한국 그대로 것이였다면 이제는 일본인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종류로 출시됐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이동 막걸리를 일본에서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동재팬의 김효섭 사장은 "올해 막걸리 인기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면서 "작년 매출이 15억엔 정도였으며 올해는 20억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여자의 피부에 좋고 유산균이 풍부해 건강이 좋다는 점이 일본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면서 "올해 지상파 광고를 포함해 적극적인 홍보로 막걸리 전파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오사카에서 가장 많이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덕산물산의 홍여표 회장는 "3년전부터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순한데다 건강해서 일본 청주보다 좋다고 소문이 나 일본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막걸리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지자체 및 대기업들도 막걸리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식품박람회장을 찾은 이문희 대상FNF 대표이사는 "우리도 막걸리 사업을 검토 중"이라면서 "현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검토하고 있으며 막걸리는 새로운 루트로 개척해야할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무더기로 일본 막걸리 시장에서 뛰어들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문제도 발생하고 있었다.
일본 최대 한국식품 전문 매장인 한국광장의 김근희 사장은 "막걸리는 요즘 젊은 일본 사람들의 식성과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그러나 막걸리는 이미 공급 과잉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 이대로 가다가는 막걸리 시장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김치 또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으나 일본 김치의 벽을 넘어서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일본 김치 시장에서 한국산 김치의 비중은 30% 정도며 한국의 고유한 매운 맛보다는 일본식의 단백한 맛을 변형한게 많아 한국 김치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다.
김근희 한국광장 사장은 "올림픽, 월드컵을 거치면서 한국식품인 김치가 일본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만족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한국 김치가 자꾸 일본 사람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오히려 경쟁력이 줄어드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신라면이 한국 고유의 매운맛을 무기로 라면 종국국인 일본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을 잘 이용하면 '식품 한류' 조성이 쉬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즉 김치 또한 한국 고유의 맛을 지키되 일본 고급 김치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김치를 만들고 한국이 '김치의 성지'라는 스토리를 통해 일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홍여표 덕산물산 회장은 "과거에는 김치 냄새가 난다면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을 차별했으나 이제는 초등학생들이 우리 가게에 와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울 정도로 한국 식품에 대한 이미지가 변했다"면서 "김치 교실, 한국 요리 교실, 한국 문화 교실 등을 통해 문화와 식품을 연계시키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문희 대상FNF 대표이사도 "단순히 김치만으로는 일본에서 승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김치햄, 김치소시지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막걸리와 김치의 인기 속에서 일부 국내 업체는 일본 현지에서 한식을 테마로 직접 사업을 하고 있다.
CJ재팬은 일본 비빔밥업체인 '푸드페스타'를 지난 2007년 인수해 일본 전역의 50개 지점에서 '한채(韓菜)라는 비빔밥, 냉면, 라면 등을 팔고 있다. 작년 매출은 15억엔으로 2013년까지 100개 매장에 매출 30억엔을 노리고 있다.
CJ재팬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직접 일본에서 매장을 내기에는 유통 채널이 없어 일본 외식업체를 직접 인수해 운영 중이며 비빔밥도 한가지가 아닌 다양한 종류를 선보여 호응이 좋다"면서 "일본뿐 아니라 올해 미국, 중국, 싱가포르에도 한식 레스토랑을 열어 브랜드 통일을 통해 한식 세계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무라이 쇼헤이 이온리테일 사장은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여유로운 표정과 아사다 마오의 긴장된 모습이 현재의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만큼 한국 경제가 일본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놀랍게 커지고 있어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장배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은 "올해 한국이 일본 국제식품박람회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할 만큼 일본의 식품 수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한국 수출업체와 일본 바이어의 중개상으로서 매출 신장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