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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막걸리업계 '물 전쟁'

부산지역 막걸리 업계가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막걸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막걸리 맛을 좌우하는 좋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생탁'을 생산하는 부산합동양조는 사하구 장림제조장의 지하 350m에서 퍼낸 암반수를 20㎞ 떨어진 연제구 연산제조장까지 8t 탱크로리로 매일 밤늦은 시간을 이용해 5~6차례 실어나르고 있다. 막걸리가 인기를 끌지 못 했을 때는 하루 3~4회 실어 나르면 충분했지만 요즘은 운반 횟수가 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맛 좋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16, 17일 이틀간 크레인을 동원해 지하 350m의 관정을 청소하기도 했다.

부산합동양조 조상팔 부장은 "막걸리에서 물은 8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연산제조장에서도 몇 차례 지하수 개발을 시도했지만 수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판정나 물류비를 무릅쓰고 장림동에서 연산동까지 실어 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합동양조는 폭주하는 막걸리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제3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제3공장 부지의 제1조건은 좋은 물이 있고 주변 환경이 쾌적한 곳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생탁' 출고량은 2007년 2182만ℓ(750㎖들이 2910만 병)에서 2008년 2403만ℓ(3204만 병)로 늘어나다가 2009년에는 3269만ℓ(4358만 병)로 치솟았다. 매출이 3년 만에 50% 가까이 급성장한 셈이다.

'기찰쌀탁'을 생산하는 부산산성양조는 금정구 부곡동 지하 170m 암반수를 뽑아 마이크로필터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걸러내고 오존처리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공정 덕택에 물맛이 좋아 일본에 연간 60t이상의 막걸리를 수출해 6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산성막걸리'를 생산하는 (유)금정산성토산주는 금정산 중턱에 있어 좋은 물 확보에 여건이 좋은 편이다. 금정산성토산주 유청길 대표는 "산성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열릴 총회에서 하루 3000~4000병 규모의 생산량을 1만 병으로 늘리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공장이 금정산에 위치하고 있어 깨끗한 물은 풍족하지만 누룩 공급이 달려 생산량을 더 늘리지 못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