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먹거리 특구로 지정 된지 4년째를 맞은 언양·봉계불고기 특구가 ‘말뿐인 특구’로 전락하고 있다. 특구지정 이후 간판정비와 홍보에만 치중하면서 생산시장 구축과 지역 농가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기존에 구축된 소비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언양·봉계불고기특구에 공급되는 한우의 대부분을 외지에서 들여오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어 특구에 걸 맞는 한우단지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28일 울주군에 따르면 언양·봉계한우불고기단지는 지난 2006년 9월 불고기특구로 지정됐다. 울주군은 특구 지정되던 해에 31억 원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16억 원, 2008년 13억 원, 2009년 12억 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10억 원을 들여 환경개선사업 등을 실시할 예정이며, 주로 기반구축을 위한 안내표지판 16곳 설치와 지역 업소 간판정비, 특구 홍보간판 정비, 홈페이지 제작 등을 실시할 예정으로 있다.
하지만 4년째 지원되는 사업 대부분이 한우 번식기반사업과 불고기축제 특성화, 이미지 제고 등에 집중되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한우단지 조성이나 지역 농민과의 연계, 계약재배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반면 소값 고공행진이 지속되는데다 인근에 신규 식육식당이 등장,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흡수하면서 옛 명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언양·봉계불고기특구에서 한 해 동안 소비되는 한우(암소)는 대략 4000마리지만 울산지역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한우는 2000마리 정도에 불과, 나머지 절반을 외지에서 들여와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린 한우 생산단지 조성이 시급한 부분이다.
또 불고기특구에서 사용되는 채소나 재료들도 지역농민들과의 연계가 전무하다. 업소들마다 제각각 알아서 챙기는 상황이다. 언양 미나리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이와의 연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봉계불고기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불고기특구에서 소비되는 한우가 외지에서 절반이상 공급되고 사용되는 채소도 친환경적으로 키운 채소단지에서 공급되는 양상이 아니다 보니 소비자들의 굳건한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언양·봉계지역의 소비시장이 생산시설 미흡으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실정으로써 앞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근 경주시가 ‘천연한우’라는 브랜드를 육성하면서 행정에서 적극 지원하면서 사육되는 한우가 5만8000마리에 달하고 농산물도 ‘이사금’ 브랜드로 통일해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불고기특구의 현주소가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경주시는 축산시설 건립시 방역시설을 지원하는데 비해 울산시는 건축 허가조건으로 명시돼 있을 정도로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