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부산시 진구 개금동 주택가 인근의 한 고물상에 부산진경찰서 외사계 소속 경찰관 3명이 들이닥쳤다.
고물상 한 편의 컨테이너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오던 김모(49)씨는 경찰을 보자 화들짝 놀랐다. 그는 손수레에 담겨져 있던 소금을 보며 전부 국산입니다. 팔려고 창고에서 작업을 한 것이라고 애써 국산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제보를 받고 3일 동안 잠복을 한 터라 여러 정황으로 봐서 범행 장소가 틀림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곧이어 경찰은 김씨의 창고에서 중국산 소금 포대를 발견했다. 김씨는 결국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범죄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
이날 고물상 컨테이너 2곳에는 포대 당 30㎏씩 담긴 중국산 소금 수백 포대와 국내산 천일염으로 둔갑된 소금 500여 포대가 쌓여 있었다. 또 국내 유명 지역 천일염 표시가 적힌 빈 포대도 수백 장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 2명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이 고물상의 컨테이너에서 중국산 소금 1천300여 포대(포대당 30㎏)를 국내 유명 천일염으로 둔갑시켜 1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3일 불구속 입건됐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중국산 소금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작업을 하고, 증거를 잘 남기지 않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추가 범행 및 인체 위해성 여부는 계속 수사 하겠다"고 말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중국산 소금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중국산 소금이 값 비싼 국내산으로 둔갑돼 잇따라 유통되자 경찰과 세관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경남 마산세관은 지난달 27일 중국산 소금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이모(3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전남의 한 포대 제조업체로부터 국내산 천일염으로 표시된 포대를 구입해 놓고, 중국산 소금 243t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부산과 경남지역 소금 도매상을 통해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산 소금 불법유통 사범들은 중국산 소금을 국내산 천일염으로 표시된 포대에 바꿔 담는 일명 '포대갈이'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포대만 바꿔치기해도 중국산과 국내산의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30㎏ 중국산 소금 1포대(30㎏)는 5천~6천원에 불과하지만 국내산 천일염으로 둔갑될 경우 1만5천원까지 판매된다. 중국산 소금의 국내산 둔갑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내 소금 수요는 연간 300만t인데 반해 국내 생산량은 55t에 불과한 것 또한 중국산 소금의 불법유통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