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토마토 농가들이 '황화잎마름바이러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여름철에 토마토를 재배한 농가들은 제대로 수확을 하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한 모습이며, 이달 중순 이후 육묘를 하우스에 옮겨 심으려 했던 농가들은 재 파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오전 부산 강서구의 한 토마토 농가는 3000㎡ 규모의 하우스에 지난달 2일 등 두 차례에 걸쳐 토마토 육묘를 옮겨 심었으나, 60% 이상이 황화잎마름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정상적인 토마토 잎은 초록빛이 선명하고 크기도 컸으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잎은 연두색으로 변하고 쭈글쭈글해졌다. 재배농가 박모(61)씨는 "지난달 2일 심은 육묘 4800주 가운데 2200주가 감염됐다"면서 "예년 같으면 이 정도 규모면 3000박스가량 수확할 수 있었는데 이번 수확기에는 500~600박스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인근 한 토마토 육묘장. 660㎡ 규모의 하우스에는 육묘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높이가 20㎝가 채 안된 이들 육묘 대부분이 황화잎마름바이러스에 걸려 줄기가 아래로 꺾이거나 잎이 노랗게 변했다. 농민 김모(53)씨는 "육묘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하고 재배를 포기한 상태"라며 "다음 달 초 새로 파종해야 하는데 또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에서는 대저1·2동, 강동동, 가락동 등지에서 400여 농가(전국 비율 4%)가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이번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농가는 육묘를 하우스에 옮겨 심으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다음 달 초 재 파종해야 할 상황이다.
부산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달 29일께 토마토 재배 농민 140여 명을 모아 황화잎마름바이러스 방제 요령을 교육했으며, 강서구 농산과와 보건소 등이 지난 1일부터 농가 주변 방제에 나섰지만 농가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
시 농업기술센터 엄영달 과장은 "육묘를 키울 때부터 하우스 주변에 방충망을 설치해 매개충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며 "개별 농가에서도 방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꼭 농업기술센터로 연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관리대상 병원체인 황화잎마름바이러스는 '담배가루이'나 '총채벌레' 등이 전염시키며 이에 감염되면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마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3년 전부터 발견되고 있으며, 부산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