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뿔이 단단히 났다.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내 곳곳에서 성난 농심이 분출하고 있다.
30일 오전 11시께 창녕군 도천면 일리 (큰들)논에서 한 농민이 수확을 며칠 앞둔 벼논을 정부의 벼 수매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었다.
김희식 창녕군농민회 회장 소유의 2000㎡ 논에서 수확기를 앞둔 벼를 주민, 창녕군 농민회, 관계공무원 등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랙터 2대로 20여분동안 갈아 엎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창녕군 농민회 측은 이날 유인물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쌀 지원, 해양투기를 해서라도 쌀 재고 적정화, 경남도는 40kg포대 당 5000원선의 쌀 직불제를 시행하고, 창녕군은 40kg포대 당 3000원선의 쌀 직불제를 시행하며, 농협은 매입가격 대폭 인상으로 가격지지에 적극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김희식 창녕군 농민회장은 "농업은 인류의 뿌리이기에 포기할 수 없으며, 정부에서 경제논리로 벼 수매가를 책정하지 말고 농업을 살리는 차원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장병길(51·창녕군 부곡면 부곡리)씨는 "국내 쌀이 남아도는데 정부에서 쌀을 수입하는 것을 중단해야 된다"면서 "쌀 수매가 현실화를 촉구"했다.
전성순(56·여 창녕군 영산면 봉암리)씨는 "여자 혼자서 농사를 짓고 있으나 1년동안 농사를 지어도 비료, 인건비, 트랙터 사용 등을 공제하고 나면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이날 갈아엎은 2000㎡(600평)는 시가로 150여 만원어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농민회도 이날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쌀값대란 해결 촉구를 위한 농민단체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쌀 지원 법제화와 쌀값 안정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올해도 풍년이나 내일에 대한 희망과 올해 농사에 대한 기쁨이 온 농촌들녘을 채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에는 한숨과 절망만이 놓여 있다"며 "최근 햅쌀이 출하되고 있지만, 쌀값은 생산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이들은 또 "쌀값대란은 이미 농민들의 코앞에 와 농심을 뒤흔들고 있는 만큼 정부는 대북쌀지원 법제화와 식량수급체계를 올바로 세워 쌀 수급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이러한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현재 매입 가격은 40kg 1포대 당(건조 벼) 특등 5만0630원, 1등 4만9840원, 2등 4만6840원, 3등 4만1690원이며, 올 연말 12월 31일까지 매입할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