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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쌀 대풍에 재고 쌀은 넘쳐 농민들 걱정 태산

대풍이 겁난다. 현재 넘쳐나는 쌀 재고로 가격이 하락세인데다 오는 10월 햅쌀이 나올 때까지도 재고 물량이 쌓여 추곡 수매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 농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

쌀값은 수확기를 앞두고 비싸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쌀 소비가 크게 줄어 쌀값이 지난해 가을보다 더 떨어졌다.

국내 쌀 생산량은 지난 2000년 523만 9000t에서 지난해 484만t으로 7.6% 소폭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93.6㎏에서 75.8㎏으로 19%나 줄어 재고량은 쌓이고 있다.

경남지역 경우 지난해 9만 419ha에서 47만 3000t, 올해는 8만 9309ha에서 43만 3000t을 생산할 계획이나 8월말 현재 농협, 민간 RPC 등의 재고량이 2만 7996t에 달해 비상이 걸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내 쌀 재고가 지난해 말(69만t)보다 13만t 늘어난 82만t에 달하고 연말에는 86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간 수확량의 5분의 1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쌀 재고가 급증하는 것은 지난해 쌀 수확량이 484만 3478t 으로써, 2004년 이후 최대 풍작을 올린 데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무수입 물량’(TRQ)이 작년 28만 6000t에서 올해 30만 7000t 늘어난 반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고 물량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올 수확기에 또다시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경우 내년 쌀 재고가 100만t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와 그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같은 재고량 부담의 영향으로 시중 쌀값은 지난해 9월 80㎏당 16만 2416원에서 올해 9월 14만7980원으로 9%가량 하락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올해 쌀 수확량(465만t)의 절반이 넘는 242만t을 농협과 민간 종합미곡처리장(RPC) 등을 통해 사들이는 내용의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놨다. 이를 위해 농협, 민간 RPC 등에 대한 자금융자 규모를 당초 9184억 원에서 1조 원으로 800억 원가량 더 늘리고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에 지원하는 구매 자금도 지난해와 같은 1조 3000억 원을 유지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2005~2007년처럼 북한에 40만~50만t의 재고 쌀을 보내지 않는 상황에서 마땅히 쌀 소비를 늘릴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쌀 가공식품 산업 육성과 쌀 시장 개방(조기 관세화) 등으로 재고 물량을 줄이는 방법 외엔 묘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쌀값 하락에 대한 농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직불금 지급 시기를 내년 3월에서 내년 2월로 앞당기고 쌀값이 떨어져도 직불 금으로 보전되는 만큼 농민들의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이 떨어져도 쌀 직불 금을 통해 쌀 목표가격(80㎏당 17만 83원)의 98.1~98.5% 수준으로 보전되기 때문에 농가 수익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쌀 재고가 넘쳐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예년 수준의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면서 "쌀 직불금은 목표 가격에서 도별 평균가격을 뺀 뒤 그 차액의 85%만 보전해주는 만큼 농가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 69만t이던 쌀 재고량이 올해는 82만t까지 늘어나면서 쌀값은 1년 전보다 8.9%나 급락했다.

농민단체들은 "농협의 벼 매입자금을 2조 원으로 늘려 줄 것과 대북 쌀 지원 등을 재개해 쌀 재고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