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 피해도 없었고, 날씨도 좋아서 오미자가 풍년입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 화창한 날씨를 보인 17일 오전 경북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의 한 오미자 농장에서 일하던 작업자들은 올해 오미자가 풍작을 이뤘다고 입을 모았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오미자 수확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
푸른 오미자 잎 사이로 고개를 숙인 붉은 오미자 열매가 원색 특유의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작업자들은 입으로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오미자를 수확하느라 부지런하게 손을 놀렸다.
문경시내에서 1시간가량 걸리는 이곳까지 용돈 벌이 삼아서 왔다는 한 작업자는 "빨갛게 익어서 얼마나 예쁘냐"며 묻지도 않았음에도 연방 감탄사를 내뱉었다.
문경은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오미자 주산지이고, 동로면은 문경에서도 처음으로 오미자가 보급됐고,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외줄기 길을 따라 차를 타고 동로면 지역에 들어서면 사과밭을 제외하고는 보이는 곳 대부분이 오미자밭일 정도다.
문경의 동북부 끝에 자리 잡은 동로면에서 오미자가 본격적으로 생산된 시기는 1996년.
문경시농업기술센터가 마땅한 소득원이 없는 동로면에 적합한 소득작물을 찾다가 백두대간을 낀 산간지가 많은 동로면의 지형 특색을 살려 오미자를 도입했다.
해발 250m 이상의 준고랭지에서 잘 자란다는 오미자는 문경에 도입된 지 수년 만에 널리 보급됐고,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단맛을 비롯해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오미자는 성인병 예방이나 호흡계 질환의 치료 등에 좋은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오미자특구로 지정된 문경시는 농업기술센터에 계 단위의 오미자담당 부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매년 9월 중순께 동로면에서 오미자축제도 열고 있다.
올해 5회 오미자축제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데, 문경시는 연인원 1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200t 이상의 오미자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상환경이 좋았고 재배면적도 늘어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70% 정도 많은 모두 2500t의 오미자가 문경지역에서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9월 초부터 15일까지 택배나 농협 수매 등을 통해 벌써 1050t의 오미자가 출하.판매됐다.
시는 오미자 생산으로 농가소득이 150억원, 가공판매와 유통으로 400여억원 등 모두 550억원 이상의 경제 유발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문경시는 보통 1차 상품 생산에 그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오미자를 가공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경지역에는 30여개의 오미자 가공공장에서 오미자조청을 비롯해 오미자순대, 오미자한과 등 40여종의 오미자 가공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동로면에서 오미자 농사를 짓는 안광철 씨 역시 단순 생산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브랜드로 오미자청과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안 씨는 "문경시의 지원으로 공장을 만들었는데 단순히 오미자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세계적으로 신종인플루엔자가 확산됨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오미자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