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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에게 외면받는 친환경 어구

바다에 버려지면 일정기간 뒤에 녹아 없어져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생분해성 어구(漁具)가 어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8일 경남도와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 5월 통영지역 통발어업 어민들을 대상으로 생분해성 어구 시범사업 설명회를 갖는 등 친환경 통발 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어민들이 사용을 꺼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생분해성 통발의 가격이 기존 통발보다 4배 가량 비싸지만 초과 금액은 정부예산으로 보전해 준다는 `당근'까지 제시했으나 당시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경남도와 통영시는 9월 초까지 추가로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수백 척의 연안 및 근해 통발어선 가운데 겨우 14척만 기존 통발을 생분해성 통발로 교체하겠다고 신청하는데 그쳤다.

14척의 통발을 교체하는데 필요한 사업비는 1억9000여만원. 경남도 등이 올해 생분해성 어구 교체비용으로 확보한 국ㆍ도비는 6억2900만원으로 이의 대부분을 내년으로 이월해야 할 처지다.

이처럼 생분해성 어구에 대한 어민들의 호응이 낮은 것은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낯선 어구 사용에 따른 어획량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기존 통발어구는 한 개에 1500원대에 불과하나 분해성 어구는 6000원이 넘어 4배에 이른다.

통발 7000 여개를 싣고 조업하는 장어통발 어업의 경우, 보름간의 조업기간에 떨어져 나가는 통발이 2~3% 정도여서 앞으로 만만찮은 추가교체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 어민들의 입장이다.

조업과정에서 떨어져나가는 통발을 추가로 구입하는 비용에 대한 지원은 없어 어민들로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분해성 어구가 기존 어구와 형태는 비슷하지만 성분 등이 달라 달라 가혹한 조업현장에서 제대로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1천만원 가량의 비용을 들여 조업에 나서는데 성능이 검증되지 않는 생분해성 어구를 사용해 어획량이 줄어들면 어민들만 손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다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는 100% 공감하지만 어업손실을 우려하면서까지 무작정 정부시책을 따를 수 없는 것이 어민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나일론과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기존의 어구는 분해되는데 300년 이상 걸리는데 매년 엄청난 양의 그물과 통발 등이 바닷속에 썩지 않고 쌓이고 있다.

이처럼 버려진 그물 등에 걸려 물고기는 물론 고래와 바다거북 등이 목숨을 잃고 있어 폐어구들은 `바다생물의 무덤' 또는 `유령어업'으로 불릴 정도다.

폐어구는 전체 해양 폐기물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내 어획량의 10%에 해당하는 매년 2천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PBS'(Polybutylene succinate)로 만든 생분해성 어구는 바닷물 속의 박테리아, 곰팡이에 의해 4개월~2년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해양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