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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막걸리 인기에‘전통酒’부활

'막걸리 열풍'에서 시작된 우리 술의 인기로 전통주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전통주가 해외에서 인정받자 국내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이자 주류업체들이 잊어져 갔던 전통주를 복원 하거나 현대적 감각의 전통주를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통주 인기 확대= 주류 제조업체들이 신고한 2008년 주류출고량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적 술인 소주를 비롯해 막걸리, 약주 등 전통술은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주류 수출은 22만7705㎘로 2007년 18만5238㎘에 비해 22.9% 증가했으며 막걸리는 무려 26.6%가 늘어났다.

우리 술에 대한 해외의 평가도 높아졌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공식 건배주로 선정됐던 '천년약속'은 지난 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청주(rice wine)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세계 3대 주류품평회 가운데 하나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평가를 통과해 우리 전통주를 보는 세계인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젊은 세대 즐길 '퓨전주' 잇단 출시= 전통주의 인기가 높아지자 각종 국제행사에서 만찬주로 선정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11일 인천에서 개막한 '2009 세계환경포럼'에서도 우리 전통주가 건배주로 선정됐다.

이 행사에서는 국순당의 강장백세주를 공식건배주로, 그 외에 만찬주로는 롯데주류의 청주 '설화'와 '명작 복분자', '명작 오미자' 등이 사용된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는 보해양조의 '매취순 백자 12년산'이 건배주로, 제주업체인 한라산의 '허벅술'과 롯데주류BG의 '설화'가 만찬주로 채택됐다.

◈잊어진 우리 술 복원= 전통주가 인기를 끌자 대형 주류업체들은 일제시대를 거치며 잊혀졌던 우리 술을 하나씩 복원해 내고 있다. '창포주', '이화주', '자주', '신도주', '송절주', '소곡주' 등 사서에서만 만날 수 있던 술을 출시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것.

그러나 전통술 복원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 일부 제조법이 고문서에 남아 있지만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1500년대 초반에 쓰여 진 '수운잡방'이나 1800년대 쓰여 진 '임원십육지', '주찬' 등이 주요 참고자료이다.

재료를 배합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도량형이 시대마다 다른 것도 전통주 복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도량형의 차이를 감안해 여러 가지 비율로 만들다 보면 한 종류의 술을 복원해 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유사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부설연구소를 통해 '우리 술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국순당의 경우 "비과학적으로 보이더라도 가능한 문헌의 기록을 최대한 그대로 따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 6월 복원된 '약산춘'의 경우 '마지막에 복숭아나무 가지로 술을 저어야 한다'는 기록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시험 삼아 쇠 국자로 저었더니 술맛이 변해버렸다고. 연구소 관계자는 밝히며, "복숭아 나뭇가지 특유의 향도 약산춘 과일향에 미세한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에 복원해 낸 '동정춘'의 경우 물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술을 만든다고 기록돼 있어 연구원들조차 사료를 믿지 않았다. 게다가 발효 과정에서 일체의 첨가물 없이 과일향이 나는 것으로 나와 있어 신빙성을 더 떨어뜨렸지만 결과는 기록에 남겨진 그대로였다.

◈대중화 위한 전통주 현대화= 주류업체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전통주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발전시킨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배상면주가에서 선보인 '빙탄복'은 국내 최초로 탄산을 첨가한 복분자술로써, 복분자술을 저온 장기 숙성한 뒤 탄산을 가미해 시원한 맛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입맛에 맞췄다.

'정력제'의 측면만 강조했던 기존 복분자주와 달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임을 내세운 것이 특징. 패키지에는 빨대까지 부착해 '마시기 편한 음료'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부산지역의 전통주 '천년약속'은 최근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천년약속 '골드'를 출시한데 이어 흑미로 원료로 붉은 빛을 띤 천년약속 '레드' 출시를 준비하는 등 컬러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막걸리의 경우 딸기, 키위, 복숭아 등 과일이나 콩, 보리 등 갖가지 재료를 섞은 제품이 출시됐다.

경북 문경의 문경주조는 '오미자 막걸리'를 선보였다. 연한 분홍색의 이 막걸리는 단맛과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 등 다섯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의 특징을 살려낸 것이 특징. 와인 빛깔의 자색고구마 막걸리를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도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오디, 포도, 배 등을 넣어 천연색상을 띠는 '컬러 막걸리'로 여성 고객을 공략하고 있고, 퓨전 전통주점 체인에서도 막걸리에 청포도, 복분주 등을 섞은 칵테일을 메뉴에 추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