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공업용으로도 사용을 금지한 석면이 아기 파우더와 화장품, 의약품에 들어 있었다는 것은 유해성 여부를 떠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시각이다.
지난 2007년 정부가 석면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석면관리 종합대책'까지 발표했는데, 정작 국민들은 피부에 석면 성분을 바르거나 먹고 있었다는 것을 대책이 나오고 나서도 2년 가까이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6일 화장품 등에도 석면이 들어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를 접한 대다수 국민은 특히 이번 발표가 마지막이 아니라는데 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장품과 의약품 등에 쓰이는 활석의 석면 함유 논란은 이미 1980년대 초반 제기됐고 선진국들은 2005~2006년 활석에서 석면을 완전히 제거하도록 기준을 설정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3월 말에야 외국의 규제 현황을 파악했다.
선진국의 수준과 비교하면 당국의 늑장대처로 3~4년 동안 국민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된 셈이다.
식약청은 선진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활석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규제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수차례 기회를 놓쳤다. 이는 지난해 멜라민 파동 등에서 드러났던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되는 이 같은 `고질병'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일각에선 강한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여표 식약청장이 부임한 이후 벌써 두번째 `대형사고'가 났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사고 업체들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식약청이 정한 기준대로 했을 뿐 큰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업계의 `복지부동' 탓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 `석면 활석' 파동은 보건 당국과 업체들의 무관심이 초래한 합작품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식약청장과 경인지방노동청장, 덕산약품공업, 보령메디앙스, 대봉엘에스, 락희제약, 성광제약, 유시엘, 한국모니카제약, 한국콜마 등 8개 제조사 대표를 경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8일 피해자들과 만나 집단 소송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