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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파동 수습국면 돌입

식품의약품안전청이 6일 중국산 가공식품 428품목을 포함해 495개 품목 1935건에 대한 멜라민 검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한국에서 유통되는 멜라민 식품을 골라내 회수하는 등의 수습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와 식품업계가 합심해 멜라민 식품 수거에 노력하고 식품 안전관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먹을거리 불안'을 가라앉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3만9000명을 투입하고도 26개 제품에 대해서 수거하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의 식품 유통체계와 관리실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멜라민 검사발표 식품 불안 잠재우기엔 `역부족' = 식약청의 이날 발표로 한국에서 유통되는 멜라민 식품의 현황이 드러났지만 소비자들이 멜라민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0개 중국산 식품과 뉴질랜드산 분유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자 소비자들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 했다. 적발된 업체는 영세 수입업체뿐 아니라 롯데제과와 해태크라운 등 국내 주요 과자업체와 마즈, 나비스코, 크래트프 등 다국적 식품기업까지 포함돼 있다.

또 '청정국' 뉴질랜드의 분유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는 등 믿을 만 하다고 여겼던 식품마저 멜라민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나자 소비자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고 이는 가공식품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검사결과에 대한 불신 또한 식약청이 없애야 할 부분이다. 보건당국은 필요한 검사를 모두 했다고 강조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검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으며 업체들 역시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회수, 수거 모두 낙제점 = 이날 종합발표에서 식약청은 26개 제품에 대해서는 끝내 수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최소 14종은 유통추적할 만한 자료가 없어 수거가 불가능했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이미 부적합 판정을 받아 회수.폐기돼 시중에 남아 있지 않다는 과자의 경우도 부적합 판정 당시 실제 회수율은 1%에 그쳤다.

식약청과 자치단체, 소비자감시원 등 총 3만9000명의 인원을 동원하고도 제품을 수거하지 못한 것은 제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지 못하는 국내 식품유통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식약청은 이에 대해 전체 식품제조업체의 80%가 10인 미만이고 2만개 수입식품업체중 상당수가 1-2인으로 운영되는 등 영세한 업체가 난립한 탓으로 돌릴 뿐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수입업자가 제품을 판매한 후 2년 동안 기록을 남기도록 의무화 돼 있으나 영세업체들의 경우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수거 부적합 식품에 대한 저조한 회수율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입식품은 865t이 유통됐으며 그 가운데 9.9%만 회수됐을 뿐이다.

최성락 식품안전국장은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유통 기록 보관 등 영업자 준수사항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식품 유통이 얼마나 투명해질지는 미지수다.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요구 높아질 듯 = 정부는 이번 멜라민 파동 와중에 각종 식품안전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식품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대책이 나왔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거나 실효성이 없었고 이 와중에 대형식품 사고는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곤 했었다.

실제로 올해 3월에 범정부 종합대책이 나왔지만 부적합 식품 회수율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비자들은 개선된 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식품안전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기생충 김치' 이후 최대 식품 파동인 이번 멜라민 사태를 계기로 식품안전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식품안전 일원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멜라민 파동의 와중에서 보여준 식품업계의 무성의한 대응도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면 식품 업체들이 먼저 나서 자체 검사를 강화하고 생산 및 유통 체계를 점검해야 했지만 이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식품업체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가 정부의 검사결과 멜라민이 검출되면 그 때서야 사과하고 제품 수거에 나서는 등 소비자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식품안전 사고를 방지하려면 정부의 종합적 대책과 함께 식품업체의 의식전환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