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과 분유수유 부모들은 '청정국' 뉴질랜드산 우유단백질에서 멜라민이 나왔다는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산.낙농업 수준이 높은 뉴질랜드 축산농가가 고의로 멜라민을 넣었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멜라민이 검출된 경위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뉴질랜드의 고가 우유단백질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까닭은 무엇일까.
현지 언론은 지난달 30일 멜라민이 검출된 타투아 협동조합 낙농회사(Tatua Co-Operative Dairy Company Ltd., 타투아)의 락토페린에서 4ppm 이하의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뉴질랜드 식품안전청(New Zealand Food Safety Authority)은 타투아사 락토페린에서 발견된 멜라민은 "우발적 혼입 수준(incidental)"이라고 해명했다.
현지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살충제 '사이로마진(cyromazine)'이 동물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멜라민으로 분해됐고 이 대사산물이 검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 사이로마진이 사용된 저가 사료가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멜라민을 만들어 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이로마진은 국내에서도 참외 등 작물에 쓸 수 있고 동물축사 살충제로도 허용돼 있다.
이와 관련 우리 보건당국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사이로마진이 체내에서 대사되면 멜라민으로 전환되는 것은 맞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임무혁 연구관은 "우유 성분에서 멜라민이 그 정도 농도로 발견되려면 근육(고기) 부위에서 엄청난 양의 사이로프로마진이 검출될 것"이라며 "근육내 사이로마진 잔류허용기준이 '불검출'임을 고려할 때 사이로마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우유성분에 그 정도의 멜라민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즉 사이로마진을 썼다고 하더라도 근육에서 사이로마진이 검출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대사체가 체내에서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정부와 언론이 자국 낙농업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살충제로 원인을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임 연구관은 "동물 체내에서 멜라민이 다량 검출될 정도로 사이로마진을 썼다는 것은 정상적인 축산농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나 원유가 멜라민 자체에 어떤 식으로든 노출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당국도 우유단백에서 멜라민이 혼입된 경위를 파악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