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농산물 가공식품에 대한 원산지 표기 규제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29일 국내 농산물 가공품 원산지 표시 방법을 담은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행 시행령.규칙은 국내에서 만든 가공식품에 사용된 농산물 가운데 ▲ 비중이 절반 이상인 주재료 ▲ 주재료가 없을 경우 비중이 높은 순으로 두 가지 원료 ▲ 제품명으로 사용된 특정원료에 대해서만 국적을 포함한 원산지를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해 성분 비중이 50%에 못 미치고 비중 순위 1~2위에도 들지 않으면 원료로 사용된 수입 농산물의 생산지 국적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특정 원료의 수입 대상국이 최근 3년내 연평균 3개이상 또는 최근 1년동안 3개이상 빈번하게 바뀐 경우 구체적 국적이 아닌 단순 '수입산' 표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멜라민 사태로 가공식품 원료 농산물의 원산지를 소비자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가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섰다.
우동식 농식품부 소비안전팀장은 "제정 당시에는 합리적 수준이라고 판단된 기준이지만, 최근 멜라민 사태로 정책 환경이 바뀜에따라 원산지 표기 대상을 늘리는 등의 개선이 불가피해졌다"며 "실무 검토 작업을 시작했고, 앞으로 간담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관련부처와 식품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가능한 빨리 개선(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국적 표기 대상인 주재료의 비중 기준이 현행 '50%이상'에서 낮아지거나, 비중이 높은 두 가지 뿐 아니라 보다 많은 종류의 원료 원산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잦은 수입선 교체에 대한 예외 규정도 보다 엄격한 조건에 따라 적용될 전망이다.
또 다른 나라에서 반(半)가공 상태로 들어와 중간 재료로 사용된 경우 비중 순위 등에 상관없이 반가공 품목과 국적을 표시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예를 들어 국내 새우깡 생산 과정에 중국에서 반죽된 밀가루를 사용했을 경우 '밀가루 반죽(중국 가공)' 등의 식으로 명시하라는 것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반제품 가공국은 밝힐 필요가 없고, 해당 반제품의 성분을 다시 나누고 비중을 따져 기준에 해당할 경우 성분별 원산지만 표기하면 된다.
따라서 중국산 밀가루 반죽이 사용돼도 '밀가루(미국)'로 표시될 뿐 가공지인 중국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한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수 십 가지가 넘는 원료의 원산지를 일일이 밝히고 수입선이 바뀔 때마다 포장을 교체할 경우 업무 및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만큼,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규제개혁위원회조차 당초 '4개국이상' 바뀔 때 허용했던 '수입산' 표기 기준을 기업부담 경감 차원에서 '3개국이상'으로 완화하라고 요구, 2006년 1월 시행규칙이 개정된 바 있다.
앞서 28일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과 같은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생산) 수입식품과 반가공 수입식품에 대해 원산지 및 OEM 여부를 상표의 절반 이상 크기로 상표명 주위에 표시토록하는 '수입식품 전면(前面) 표시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이처럼 완제품이나 반가공 상태로 들어오는 가공식품의 경우, 국내에서 가공된 식품과 달리 지식경제부와 관세청이 관할하는 대외무역법에 따라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