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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같은 분유 쓴 제품 파악 못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5일 멜라민 수거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멜라민이 검출된 과자가 통상적인 수준에서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하는 한편 중국산 식품에 대해 수입검사와 유통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분유가 사용된 제품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에 보건당국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간 매일 먹으면 신장결석 위험 = 특정 성분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양을 '내용 1일 섭취량(TDI)'이라고 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멜라민의 TDI를 630㎍/㎏/day으로,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500㎍/㎏/day으로 보고 있다.

더 엄격한 유럽 기준을 적용할 경우 어린이가 미사랑 카스타드 8개 들이 한 통을 장기간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큰 위험은 없다고 식약청은 설명했다.

국립독성과학원 장동덕 위해평가연구부장은 "멜라민이 137ppm 검출된 '미사랑 카스타드' 제품의 경우 체중 10kg 어린이 매일 6개 이상 장기간 동안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정상적인 경우라면 장기간 같은 과자를 먹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희대의대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도 "영유아는 분유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고용량에 장기간 노출돼 사망사고를 일으켰지만 과자로는 유해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이라하더라도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다량을 먹는다면 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같은 분유 사용한 제품 파악도 못해 = 보건당국은 멜라민이 검출된 2건과 같은 분유를 사용해 만든 제품의 생산 및 유통 현황 등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부실대응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식약청은 미사랑 카스타드와 동일한 분유로 만들어진 '오트웰'에 대해서는 회수.폐기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제품이 같은 분유를 사용했다는 사실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식약청은 또 "문제가 된 현지 업체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에 대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회수.폐기 조치를 내렸다"면서도 정작 정확한 회수.폐기 목록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성락 식품안전국장은 "현재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 다른 제품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허술한 원산지 표시 문제 =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서 허술한 원산지 표시 제도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원료의 원산지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입처가 자주 바뀔 때에는 원산지 표시를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부분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때도 문제로 지적됐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중국산 유제품이 들어 있는 식품을 피하고 싶더라도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24일에 원산지 규정을 관할하는 농림수산식품부에 관련 고시 개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