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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축산물 유통개혁 '시동'

"산지서 23만원짜리 돼지가 소비지에 오면 49만원에 팔린다. 유통구조에 뭔가 문제가 있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추석 물가 점검차 하나로클럽(농협유통) 양재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장관의 이같은 문제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복잡한 농산물 유통과정 때문에 농민과 소비자가 다 어렵다. 농가는 제값 받고 소비자에게 좋은 물건이 싸게 가도록 정부가 유통 과정을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따라 농식품부는 현장 실사를 통해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다시 분석하는 한편 서울시 각 구 마다 1주일에 적어도 2~3일씩 산지-소비지 도심 직거래 장터를 상설화하는 등의 대책 추진에 나섰다.

◇ 743만원짜리 한우, 소비자에겐 1230만원

25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2007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횡성 농가가 최고 품질의 '1++'등급 한우 거세우(650㎏) 한 마리를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생산자단체에 팔고 받는 돈은 743만원. 여기에 도축비(12만3000원), 자조금(2만원) 등을 빼면 실제 농가의 수입은 729만원 정도다.

생산자단체는 여기에 69만원의 이윤과 56만원의 비용을 더해 868만원을 받고 물류센터에 보내면, 물류센터는 다시 128만원의 판매 수수료를 붙여 996만원에 대형유통업체에 넘긴다.

할인매장 대형유통업체 등은 여기에 임대료.인건비 등 140만원의 간접비와 94만원의 이윤을 덧붙여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1230만원에 내놓는다.

1230만원인 브랜드 최고급 쇠고기 값의 59%(729만원), 약 절반 정도만 농가 몫이고 나머지를 중간 유통 단계의 비용.이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 생산자-유통업체 직거래..생산자 22%, 소비자 8% 이익

쇠고기 뿐 아니라 42개 대표 농축산물의 다양한 유통경로를 추적, 가격 형성 과정을 분석한 결과 다른 품목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42개 품목의 평균 농가 수취(최종가격 중 농가 몫) 비율은 44.1%, 이윤을 포함한 유통비용은 55.9%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100원짜리 농축산물을 샀을 때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44원 뿐이고, 나머지 56원은 모두 유통.판매에 관여한 사람들의 몫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유통경로별로 차이가 분명했다. 농축산물이 산지에서 도매시장을 거쳐 일반 소매점에 풀리는 경우 평균 유통비 비중이 56.5%인데 비해 농가가 유통업체에 직접 공급하면 45.0%로 11.5%포인트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같은 '농가-유통업체' 형태의 직거래에서 생산자는 도매시장에 넘긴 것보다 21.9% 정도 높은 값을 받았고, 소비자도 일반 소매점보다 7.7%정도 싸게 살 수 있었다.

◇ 도심 직거래장터 상설, 산지-유통업체 직거래 지원

정부도 이같은 차이에 주목,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는 산지-소비지유통업체 '직거래' 방식에서 농가와 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얻는 '윈-윈' 해법을 찾고 있다.

사실 현실적으로도 정부가 각 단계별로 종사자들의 이윤과 비용을 줄이게 할 방법이 마땅치않기 때문에, 유통 단계 자체를 과감히 생략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도심지 대규모 직거래 장터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 2천300곳에 열기로 한 '우리 농축수산물 큰 장터'를 연중 상시화하고 규모도 키울 계획이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각 구.동 등 지자체와 농.수협 등의 협조를 얻어 공영 주차장, 관공서, 농협지점 등의 공간에서 1주일에 적어도 2~3일씩 항상 시중보다 10~40% 싼 값에 농축산물을 팔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하나로클럽 등 대형유통업체의 산지 직거래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유통경로상 경쟁 상대인 도매시장의 자율적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

김영만 농식품부 유통정책단장은 "대형유통업체와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등 도매시장간, 도매시장과 도매시장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도매시장 입장에서 좋은 품질의 물건을 공급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계속 대형유통업체에 뺏기면 생산자에겐 보다 제 값을 쳐주고 소매 단계에 보다 싼 값에 넘길 수 밖에 없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농축산물 유통 구조의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유통비 비중이 결코 높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여온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관련 기관들이 얼마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극 협조할지가 유통 개혁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