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총각이 서른쯤 되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워 시집, 장가 보내 저희들 아이를 갖게 될 때면 그 부모는 60세 전후 나이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예전에는 여성이 조금 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을 것이니 할머니 되는 것이 조금 빨라서 아마도 50대 중반 전후가 될 것이다. 당사자들로서는 아직 젊음이 남아 있을 나이이다.
올해가 정부수립 60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그 때쯤 태어난 사람들이 이제 손자 손녀를 갖게 되어 한편 기쁨을 누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힘들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임산부들이 시댁보다는 친정 엄마가 돌봐주는 것을 편하게 생각해서 출산 때면 친정으로 가는 것이 보통인데, 문제는 아기를 낳고도 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않거나 계속 아기를 보아 달라는데 있다.
출산한 딸을 가진 친정 엄마들은 아기 보는데 지쳐서 어떻게 해야 딸의 맘을 상하지 않으면서도 아이 보는 중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새로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세대는 그 이전의 세대와 확연히 틀린 세대의 사람들이다. 남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개발 과정에서 전세계를 누비고 돌아다니면서 다이나믹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이고 여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경제를 위해 이사 다니기를 마다 않고 자녀 교육에 치마바람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개방적이고 이기적이며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제 그들이 나이 들어 부부가 자유롭게 살 만할 때이기에 “아기 보기”같이 힘든 일에 묶여지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딸 입장에서 보아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부부가 직장생활을 해야 제대로 살수가 있는 세상이니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거나 사회 생활을 선뜻 포기할 수도 없다. 누군가가 아기를 보아줄 사람도 없는데 둘째를 갖는 다는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
문제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들이 실제로 많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숫자상으로야 탁아시설이 제법 있는 것 같지만 집과 직장 사이의 동선에서 편리하게 위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이를 맡기고 찾아가는 일이 수월치 않아서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사 도우미를 쓰려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웬만한 수입으로는 감당을 할 수가 없다. 요즈음 입주 도우미는 거의 해외 동포들의 몫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비용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저렴한 도우미의 필요성은 아이를 돌보는 일뿐 아니라 노령화 되어가는 우리 사회 때문에 앞으로 더욱 커진다고 봐야 한다. 핵가족화의 빠른 진행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젊은 부부는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모가 오래 사는 대신 도우미가 필요한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자식이 직접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돌보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 저렴한 비용으로 가사 도우미를 활용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 해외 가사 도우미를 쓸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때가 되었다. 홍콩이나 싱가폴의 예를 보면 월 500불 정도에 도우미를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부수적인 경비가 더 들어가겠지만 채용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여 중간 거품이 일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현재 국내 비용의 절반 정도로 해결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일본의 예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일본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90살이 넘은 노인들이 늘었지만 그 대신 누워지내는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돌보는 딸이나 며느리의 고통이 심하다는 것이다. 만일 사람을 써서 이들을 돌보려 하면 월 100만엔(약900만원) 정도의 돈이 들기 때문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하겠는가. 인구증가를 위해 아기들의 출산율을 높이려면 탁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가사 도우미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예를 잘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 하도록 준비를 완벽하게 하면서 가사 도우미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