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연금술사’들의 후예들이 ‘화학제품으로 보다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발표한 이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합성 화학물질은 우리의 식료품, 식수, 약품, 환경 등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다.
인류에게는 필요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제는 분자의 합성과 변형 등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화학물질들이 그리고 그것들이 첨가된 식약품과 일상용품이 인간에게 어떠한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간간히 알려졌을 뿐이다.
랜덜 피츠제럴드는 '100년동안의 거짓말'을 통해 더 나은 삶에 대한 인류의 희망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을지 모를 합성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 책은 식품산업, 제약산업, 화학산업의 부산물인 합성 화학물질이 지난 100년 동안 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었으며 인간의 건강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그동안 어느 분야에서도 구체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화학물질들 간의 상승작용에 대한 저자의 경고는 화학물질과 처방약 등의 무분별한 사용에 익숙한 현대인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1906년 미국 의회는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식품이나 약품을 연방정부가 유통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담은 순정식약품법을 통과시킨다.
하지만 식품 제조업체와 가공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굳이 입증할 필요가 없었다.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환경보호국(EPA)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모든 식약품과 화학물질을 검증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10만 종의 화학물질, 미국의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는 약 30만 종의 식품과 생활용품, 그리고 약 20만 종의 의약품 모두가 인체에 유해한지를 검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미국의 정부기관들은 각 제품에 대한 안전성의 기준과 근거를 대부분 각 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게 된다.
저자는 100퍼센트 신뢰할 수 없는 기준과 근거로 적용되는 ‘순정식약품법’이 미국의 소비자들 그리고 미국 정부의 기준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의 소비자들에게 음식과 약품에 대한 잘못된 믿음 체계를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결국 저자의 지적처럼 이렇게 형성된 ‘잘못된 믿음 체계와 환상’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사례 등을 통해 얼핏 보기에 몸에 좋은 것처럼 보이는 단일한 화학물질이 다른 화학물질과 상호작용하여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무시무시한 괴물로 돌변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당국의 현실은 공산품, 식품, 식수, 공기, 약품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상승작용에 대해 단속은커녕 감시할 수 있는 전문기술이나 재원조차 변변히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면 '아마도 오랜 기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며 그래서 불가피한 결과'도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시공사 펴냄 / 랜덜 피츠제럴드 지음 / 359쪽 /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