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세금 무기로 대학을 협박하나”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일부 대학들과 교육부가 내신반영률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몇몇 언론과 대학들이 주장하는 논지다.
교육부가 내신 반영 지침을 거부하는 국립대에 대한 제재조치로 교수정원을 축소하고, 다른 대학들의 재정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에 반발하면서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사립대와 언론에서 하는 것은 좀 우스꽝스럽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국공립을 비롯한 사립대학까지 막대한 재정지원을 하는 나라가 있는가? 이러한 예산을 쏟아 붓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순위나 경쟁력이 한참 뒤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진국들과 어깨를 당당히 겨루는 대학이 과연 몇 개나 있는가? 정부지원에 기대서 편하게 안주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일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모든 것이 입시에 맞춰져있는데 있다. 대학입시에 의해 고교, 중학, 초등학교까지 정상적인 교육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성교육을 비롯한 신체발달, 보건, 예체능 등 다양한 경험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이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창의성은 발휘될 수 없다. 이러한 한국적 상황에서는 에디슨도, 빌게이츠도 나올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대학 역시 우수학생을 뽑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 그 학생들을 어떻게 길러낼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돼서 일할 수 있는 졸업생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고, 그렇다고 기초학문을 비롯한 연구가 활성화돼있는 것 같지도 않다. 기업에서 다시 몇 년간 교육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낭비다.
대학과의 연계교육이 그만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대학들에서 건물들이 멋있게 들어서는 것은 보았지만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올렸다는 소식은 들은 지 오래되었다.
대학의 자율성! 좋은 얘기이다. 하지만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또한 믿음이 뒷받침되어야한다. 대학의 선발권이 제한된 주된 이유는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우려이지만, 대학이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와 내신조작 가능성을 의심하듯이, 대학은 그동안 시험지 유출이나 입시성적 조작, 과도한 수험문제 출제 등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만한 행동들이 누적되어온 측면도 있는 것이다.
자율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향후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고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학생선발에 대한 권한은 대학에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율과 경쟁은 어느 사회, 어느 집단에든 적용될 중요한 원칙이다.
경쟁 없이 발전이 있기는 어렵다. 경쟁이 없으면 침체되고 현상유지에 급급하기 마련이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현실과의 경쟁은 그래서 필요하다.
학교는 전인교육의 장이라고 외치기만해서는 학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과 경쟁이 될 수 없다. 교사들도 평가받고, 학교도 평가받으며 경쟁해야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질이 좌우하게 되어있다. 교사가 경쟁력을 살려내면 자연히 공교육은 살아난다. 학원 보다 학교수업이 월등한데 누가 학원으로 가겠는가?
정부와 정치권 또한 교육에 너무 무리해서 관여해서는 안된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학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심판의 역할에 머물러야지, 돈으로 선수를 길러내고 팀을 운영하려는 구단주가 되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