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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기부행위 마인드의 선진화

작년 미국의 워렌 버핏이 앞으로 20년간 빌 게이츠부부가 만든 재단에 310억 달러를 기부한다고 발표했을 때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더욱이 '워렌 버핏 재단'이라고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지 않고 “빌 게이츠”가 부인의 이름까지 붙여서 만든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이라는 남의 재단에 기부를 결정한 것에도 크게 감탄했었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이니까 일생일대 최대 투자이자 마지막 투자를 한 것일 것이고 그의 안목으로 보아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부계획의 일환으로 작년에만 그가 19억 달러를 출연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1조 7,000억원이 넘는 돈을 향후 20년간 매년 내는 것도 굉장히 부러운 일이었는데 더욱 놀랄 일은 그가 작년에 낸 19억 달러가 미국인 기부금액에서의 비중이 1.3%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작년 한 해만 미국인들은 모두 2,950억 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그것도 큰 회사들이 한 것이 아니라 주로 개인들이 했다고 하며 개인 기부금만 전체의 4분의 3인 2,230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사실 기업이 내는 기부금이란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근본적으로 기업의 생존과 원활한 활동을 위한 것이다. 기부 행위는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서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 모으고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며 우수한 종업원을 모집 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사회에는 기업들의 관심 밖에 있을지라도 의미 있는 중요한 것을 주장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크고 작은 단체들의 활동이 많이 있다. 이들 모임이나 단체에는 많던 적던 돈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돈을 대야 그 활동이 계속 된다.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사회단체들이 거의 대부분 돈이 부족해서 일정 부분 정부나 대기업의 후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족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때로는 숨긴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후원금을 받아서 나중에 그 모임의 성격이 변질되거나 본의 아니게 도덕적으로 커다란 잘못을 범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기부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종교를 위해서는 많은 기부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종교에 대한 기부는 '대가성 있는 기부'로 대가를 전혀 기대하지 않는 '순수 기부'와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 종교의 서비스와 가족과 일신에 대한 기복이라는 대가가 주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기부한 만큼 당장의 복을 받지 못 할 때도 있겠지만 결국 사후라도 복을 받는다고 믿기 때문에 기부는 계속 한다. 문제는 종교 단체들이 이 같은 막대한 기부금을 외형적인 건물이나 교세 확장 등에 주로 사용하고 우리 주위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외면하는 데에 있다.
 
지금 50대 이상인 분들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급해 주던 구호물품, 분유, 버터, 옷가지 등을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 다른 나라 사람들이 현금이나 물자를 기부해서 우리를 도와 준 것이었다. 심지어 100여년 전 동양 구석의 조그만 나라 조선에 병원을 세워서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당장의 대가나 미래의 대가를 바라고 기부 행위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갚을 능력이 없는 이에게 하는 기부가 진정한 기부이다.

우리도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도움이 필요한 많은 대상들이 많이 있다. 그것이 이웃일 수도 있고 이웃나라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에서는 폴포트 정권의 폭정으로 의사들이 거의 숙청되어 의사와 병원이 없어서 산모들의 출산 중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이들을 위해 한 100년쯤 내다보고 세브란스 같은 병원이 되도록 지금부터 기부를 시작할 수는 없을까.

정부, 기업, 개인 모두가 당장의 대가는 없더라도 기부행위를 하나의 필수 행위로 보고 행하여야 한다. 결국 그 열매는 우리가 성숙한 국민이 됨으로써 우리를 큰 사람으로 만든다.
 
미국에서는 연 10만불 이하의 소득이 있는 계층에서 65%가 자선기금을 낸다고 한다. 미국의 국민소득이 우리의 배쯤 된다고 보아서 우리나라에서 연 4,500만원 소득이 있는 계층과 같을 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의 몇%나 자선기금을 내는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가 과연 이웃에게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진화를 하기 위해서는 '선진화 마인드'가 필요하지만 사실 더 급한 것은 '마인드의 선진화'이다. 마인드의 선진화 없이는 국민 소득이 올라가더라도 '돈 많은 속물'로 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국민 소득 수준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우리국민의 의식수준을 높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