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건강 장수법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흥미진진하게 쓴 책 '조선시대 왕들은 어떻게 병을 고쳤을까'가 출간됐다.
해박한 역사 지식과 탄탄한 한의학 지식으로 무장한 저자가 조선왕실의 궁중 건강비법을 소설 같은 실화와 다양한 치유 사례를 곁들여 종횡무진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 '아침풍경'에 방송된 내용을 새롭게 정리하여 사진자료를 추가했고,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테마별로 재구성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조선왕실의 왕과 왕비의 건강과 장수를 위한 음식과 의약 처방은 현대 의학이나 한의학적 관점에서 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중궁궐 속의 유일한 남성으로서 수많은 비빈과 궁녀들을 거느려야 하는 임금의 정력 보강을 위한 최고의 보양식은 바로 검은콩, 검은깨, 오골계, 흑염소, 검정소 등등 검은색 음식이었다. 최근 웰빙붐을 타고 일고 있는 검은색 음식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또 궁중에서 왕이 마시는 물 가운데 ‘백비탕(百沸湯)’이 있는데 백비탕은 말 그대로 물을 끓였다가 식히기를 백 번이나 한 것인데, 궁녀들이 미리 아흔아홉 번을 끓여서 식혀 놓았다가 필요할 때 마지막으로 한 번 끓이고 식혀서 임금에게 올리는 물이다. 백비탕은 양기를 돕고 경락을 잘 소통시켜주는 약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대 과학적으로 볼 때 물을 끓였다가 식히면 그 속에 풀려 있던 공기량이 절반으로 줄 뿐 아니라 물분자들 사이가 더 치밀해지고 겉면 압력이 커지며 전기 전도도가 달라져서 세포 안의 물과 비슷해지므로 몸에 빨리 흡수된다.
또한 끓였다가 식힌 물은 높은 생리 활성을 가진다고 하는데,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고 물질대사를 왕성하게 하며 혈색소를 늘려 면역 기능을 높여준다. 근육에 축적된 피로물질을 없애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피로가 빨리 오지 않고, 감기와 후두염도 막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왕실의 건강요리에 필수적으로 쓰인 표고버섯, 더위를 물리치는 비방으로 매실을 위주로 백단향, 사인, 초과 등 네 가지 한약재를 넣어 만든 제호탕, 궁중 최고의 태교 음식 요리로 쓰인 붕어와 잉어 조리법과 효능도 설명한다.
또 TV 사극에서 종종 보는 사약(賜藥)의 주요 재료로는 부자, 비상, 생금, 짐독, 게 알, 천남성, 수은 등이 사용되었으며,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피부 미용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만 했던 궁중 여인들은 피부 미용을 위해 쑥 목욕을 했다는 등 왕비와 궁녀들의 건강법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조선왕실 외에 중국의 주요 황제들의 건강 장수 비결과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불임증이나 탈모증에 대한 당대의 처방들이 제시되어 있다.
중앙생활사 펴냄 / 정지천 지음 / 296쪽 / 1만2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