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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자신을 과소평가 하지 말자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과대망상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자신을 과소평가 하는 것도 딱하긴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과소평가 하게 되면 겸손인 것 같지만 사실은 활동 영역을 축소시킬 뿐 아니라 에너지를 극대화 시켜 쓰지 못하게 되어 결국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고 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그런 과소평가에 빠져있지 않나 여겨진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며 국민이 길거리에서 싸워서 민주화를 얻어낸 보기 드문 훌륭한 나라인 것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같이 길거리가 깨끗이 청소되어 있고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일본 같은 선진국이라도 대도시에 가 보면 보행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성급히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다. 터널 앞에 차들이 몰려 있어도 경적 소리 하나 없이 한대씩 차례로 터널을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은행이나 관청에서 순서표에 의해 창구 앞 다툼이 없어진 것은 이미 일상 생활화 되어 있다.
 
10여 년 전 싱가폴 창이 공항에서 승객이 도착해서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25분을 목표로 한다고 할 때 우리나라는 언제나 그렇게 될까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차갑고 무뚝뚝한 출입국 관리들과 세관원들의 범인 색출하는 수사관 같은 행동거지가 아무런 잘못한 것이 없는 여행객도 괜히 긴장하고 주눅들게 만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던 때가 얼마 전이다. 이제는 직원들의 미소와 친절에 더해 승객이 도착해서 걸리는 시간도 25분대라고 한다. 엄청난 변화가 상상이상으로 빠른 시간에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사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가 아주 잘하고 있는 일이 많이 있다. 과거에는 몰라서 그랬지 이제 알게 되고 배우면 다 잘들 하는 것이다.

심지어 대만 사람들은 데모하는 방법도 한국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자기들은 정부가 잘 못하는 것에 대해 데모를 하더라도 적당히 하거나 결론을 못 내고 슬그머니 흩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데모 막는 기술은 우리나라 경찰에게서 배워가는 나라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이웃나라에 비해 잘하는 점도 많고 배워줄 것도 많다.

물론 아직도 우리의 시민의식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서 우리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만 알고 사회나 인류에 대한 봉사 같은 것에는 돈을 잘 쓰지 않는다던가 다른 민족을 잘 받아들여 살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은 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것 보다 더 빠른 시간에 이런 것들까지도 고쳐나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사슬에 묶여 사슬 길이 밖으로 벗어날 수 없었던 코끼리는 커서 그 사슬을 끊을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민족도 자심감을 가지고 과거의 과소평가 쇠사슬을 끊어 버릴 때가 되었다. 중국 대륙을 경영하는 기업에 투자도 많이 하고 시베리아에 곡물을 심으며 한국, 중국, 일본의 중심지로써 자신있는 행보를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최근에 삼성전자 핸드폰 제조 공장을 외국에 세운다고 보도 되었을 때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기사들이 있었다. 이런 걱정은 전적으로 무지와 기우에서 나온 염려이다. 우리 기업의 공장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이지 한국의 규제나 정부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인건비가 10배나 차이가 나는 판에 우리나라 공장만 고집한다면 세계 시장 경쟁에서 패배하게 되고 결국 국내의 공장도 문을 닫게 된다.

기업은 우선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제조업이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 잘못해서만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를 정확히 읽고 대책을 마련치 못하는데 있다. 옛날 생각에서 뒤를 돌아보며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능력을 제대로 보고 우리 능력에 맞는 미래의 일을 자신있게 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