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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경제적 효과 분석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은 지난달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각 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이 관세 양허안, 서비스 유보안 등을 토대로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지만 이는 현 시점에서 추정한 것일 뿐”이라며 “FTA의 실질적 효과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경제적 효과 분석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금융연구원, 노동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위원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이 참가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중 농업부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15년동안 국내 농업 생산이 연평균 67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쇠고기 등 축산업의 타격이 가장 커, 전체 생산 감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등 축산업 타격 심각
감귤도 피해액 급증 불보듯
원양어업 생산량 급감 예상

저가 수입 농산물 다수 유입
소비자 연평균 372억 이익
1등급 한우 등은 경쟁력 충분



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FTA가 2009년부터 발효되면 국내 농산물 생산액은 발효 5년(2013년), 10년(2018년), 15년(2023년)차에 각각 4465억원, 8958억원, 1조361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지난달 30일 추정했다.

미국산 수입 증가로 15년동안 한해 평균 6149억원 정도 국내 농업 생산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15년차 최대 생산감소 1조원

품목별 시장 개방(관세 철폐) 이행 기간이 7~18년으로 다양하지만, 15년 이전에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의 경우 최종 관세 철폐 연도의 생산 감소액이 15년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이번 추정 결과는 농경연이 작년 8월 20여개 주요 민감품목의 관세가 일괄적으로 10년안에 철폐된다는 가정하에 제시한 연평균 8700억원보다 2000억원 정도 적은 규모다.

실제 협상 결과, 쇠고기·사과(후지)·배(동양배)·포도·고추·마늘 등 주요 품목의 관세철페 기간이 10년보다 긴 15년 이상으로 잡혔고, 오렌지·포도의 계절관세, 사과·고추·마늘·보리·쇠고기 등의 세이프가드(ASG) 등 다양한 개방 완충 장치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교역 규모면에서는 15년동안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연평균 3억7000만달러씩 늘어나는 반면, 수입선 전환 효과로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은 1억4000만달러씩 줄어 결과적으로 한해 2억3000만달러 정도 농축산물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전체 수입 증가액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미FTA 발효 이후 5년, 10년, 15년차에 각각 39.1%, 42.4%, 44.2%로 높아질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산보다 싼 수입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향후 15년간 한해 평균 372억원 정도의 이익을 얻는 것으로 추산됐다.

단일품목 피해 쇠고기 가장 커

세부 품목별 연평균 생산 감소액은 ▷쇠고기 1811억원 ▷돼지고기 1526억원 ▷닭고기 707억원 ▷감귤 523억원 ▷유제품 504억원 ▷사과 369억원 ▷포도 361억원 ▷과채류 183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우선 축산업의 경우 5년, 10년, 15년차에 각각 3124억원, 6415억원, 6797억원씩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4664억원 수준이다.

단일 품목으로 피해가 가장 큰 쇠고기는 국내 생산이 FTA 이행 첫해 205억원, 5년차에 671억원, 10년차에 2811억원 등으로 줄다가 현행 40%인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는 15년차에 감소액이 314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5년차에 각각 1791억원과 488억원, 10년차에 1874억원과 996억원 정도 생산이 위축된다.

유제품의 경우 미국산 수입 증가가 국내 원유(가공전 우유) 시장에 영향을 미쳐 5년차, 10년차에 각각 416억원, 594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귤 7년뒤 관세 사라져

최대 민감품목 가운데 하나인 감귤의 경우 협상 결과 국내 감귤 출하기와 비출하기를 구분, 출하기에는 수입 오렌지에 대한 현행 50%의 관세가 유지되는 반면 나머지 기간(3~8월)만 30%부터 시작해 7년동안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다.

이에 따른 국내 감귤 업계의 피해는 5년차의 457억원에서 비출하기 관세가 철폐되는 7년차(2015년)에는 658억원으로 비교적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포도 역시 계절관세가 적용되는 데다 미국산이 주로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청포도 계통이어서 5년차 감소액이 176억원 정도에 그치는 등 초기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피해가 늘어 관세 철폐 시점인 17년차(2025년)에는 8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사과는 국내산과의 대체성이 높은 갈라·후지 등의 품종 수입으로 5년차에 202억정도인 생산 감소액이 15년차에는 778억원으로 증가한다.

다만, 10년차부터 세이프가드 적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고추 등 양념채소류 안도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채소류는 현재 135~360%의 매우 높은 관세율로부터 시작해 15년에 걸쳐 낮아지므로 초기 수입 급증의 우려가 적은 데다 후기에는 세이프가드 적용도 가능,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5년, 15년차의 양념 채소류 생산 감소 규모는 각각 77억원, 217억원으로 추산됐다.
인삼류의 경우 수삼·백삼·홍삼 등 7개 품목의 관세가 18년내 철폐돼 미국산 ‘화기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관련 가공품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5년차, 18년차(2026년)의 생산 감소 추정치는 각각 34억원, 45억원 수준이다.

이번 분석을 총괄 지휘한 오세익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 결과에는 정부의 보상 및 지원 효과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므로, 산출된 생산감소 예상액이 곧 피해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 부원장은 이어 “쇠고기의 경우 현재 한우 1등급의 품질이 미국산보다 우수한 만큼 충분히 차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 FTA가 발효되고 10년 뒤에도 현재 202만두 정도인 한우 사육 두수가 크게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어 생산 연평균 117억원 줄어

또한 수산업의 생산은 15년 동안 연평균 281억원 줄어들고 원양어업과 민어의 생산 감소가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 철폐에 따른 국내 가격 하락과 수입 증가로 소비자들이 누리게 될 혜택은 15년간 연평균 2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해양수산개발원 등 11개 연구기관은 지난달 30일 한미 FTA가 수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산업의 생산은 한미 FTA 이행 1~5년에 연간 234억원, 6~10년 연간 286억원, 11~15년 연간 323억원 등으로 줄어 15년간 연평균 281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업종별 연평균 생산 감소액은 원양어업이 185억원으로 가장 컸고 연근해 54억원, 양식 38억원, 내수면 4억원 등이 뒤를 이었으며 어종별 연평균 생산 감소액은 민어 117억원, 명태 57억원, 넙치 37억원, 오징어 15억원, 대구 13억원, 기타 42억원 등의 순이었다.

소비자 혜택은 앞으로 15년간 연평균 251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돼 생산 감소액을 밑돌았다.

수산업의 수입은 15년 동안 연평균 1174만달러 늘어나지만 수출은 일부 가공품을 중심으로 62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품목별 연평균 수입 증가는 명태 519만5000달러, 넙치 317만5000달러, 아귀 59만9000달러, 대구 57만7000달러, 민어 44만7000달러, 기타 219만2000달러 등의 순으로 예상돼 명태, 넙치의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 연평균 수출 증가는 굴(밀폐용기) 45만5000달러, 다랑어(기름에 담근 것) 16만6000달러 등으로추산됐다.

연구기관들은 미국의 수산물 수입 관세는 일부 가공품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낮고 우리나라의 수출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2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