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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사라져야 할 유괴범죄

몇 년 전 뉴욕에서 한 젊은 직장여성이 퇴근 길에 납치를 당해 옥상으로 끌려 갔다. 범인은 그 여인을 강간하려 했고 그 여인은 심하게 반항하였다. 범인은 여자를 칼로 찌르고 도망갔으며 그 여인은 곧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을 잃고 말았다.

그 여인은 병원에서 마지막 순간에 “차라리 그냥 당할 것을 그랬다”고 후회 했다고 한다. 만일 반항을 하지 않았다면 범인이 그 여인의 목숨을 살려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엔 적어도 피해자에게 조그만 선택의 여지라도 있었지만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에 8살 먹은 아이를 유괴하여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가 산채로 저수지에 던져서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런 일이 우리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란 24시간 데리고 다니는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유괴에 대응하는 방법, 예를 들어 범인의 눈을 보지 않는다든가 또는 납치 순간에 고함이나 비명을 지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계획된 납치, 특히 살해가 범죄 시나리오의 일부일 때,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범죄를 열 사람이 막을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돈이나 성을 위한 우발적이거나 계획적인 납치와 유괴는 우리 경제가 나아진다 해서 줄어들지 않을 것이므로 열 사람이 못 막을 일이라면 백 사람, 천 사람을 동원해서라도 유괴나 납치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온 사회가 어린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학교가 등하교 시간에 학생들을 스쿨버스로 태워줄 여력이 없겠지만 안전한 등하교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배려하여 지켜 주어야 한다. 부모들도 아이가 혼자서 외출할 땐 특히 조심시켜야 하고 혼자 떨어져 있는 아이를 보면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 아이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 주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사회적 관습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없어지고 그것이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되면 빠른 시간내에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러한 신고는 편리하고 번거롭지 않아야 된다. 경찰에서는 아이들과 여성들의 유괴와 납치에 대한 전문가를 키워서 상황 판단 결과 필요한 경우이면 즉시 관계자들과 공조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통신사, 방송사, 경찰, 심리 전문가 등이 즉시 팀을 짜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순발력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일요일, 공휴일이라 하여 지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평소에 교육하여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육체적인 노력이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 생존은 정신적인 활동이라고 한다. 납치나 유괴를 확실히 깨닫게 되면 정신적인 공포와 흥분으로 아드레날린의 활동이 높아지고, 곧 이어서 강한 의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된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계속 견디어 나가게 하는 것은 우리의 본능인 생존의지이다. 이것만은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되는 생명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본능, 즉 생존의지는 문명이 발전하고 평소 가정에서의 과보호에 의해 점차 약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일에 대해 평소 교육하고 훈련 해서 강한 아이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다 알아서 보호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같은 것들을 실천한다 해도 유괴 범죄를 다 없앨 수는 없지만 크게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목숨을 빼앗기고 부모와 형제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런 범죄는 우리가 다같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