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피로 증상‘춘곤증’ 만성피로와 달라
적당한 휴식·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정답
전문의들은 피로 원인이 무엇이든 피로 증상을 조기에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의의 도움말로 봄철에 느끼기 쉬운 피로 증상에 대해 알아본다.
■ 왜 유독 봄에 피로감을 많이 느낄까? = 피로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성격이 종합적으로 집약된 개념이다. 통상 `일상적인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 등으로 간단히 정의된다.
봄에 느끼는 피로의 한 종류인 ‘춘곤증’은 사실 의학적 용어는 아니다. 의학교과서 어느 곳에서도 춘곤증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한다. 다만 봄철에 많은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피로 증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봄에 피로증상을 느끼는 걸까? 그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전문의들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로 생리적 불균형 상태를 꼽는다. 우리 몸은 겨울 동안 추위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코티졸’을 왕성하게 분비하게 되는데 봄이 되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추위에 적응하던 코티졸 분비 패턴이 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2~3주)이 필요하고 이 기간에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활동량의 변화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추위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게 되지만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피로를 느끼게 된다.
셋째는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대개 봄이 되면 졸업, 취직, 전근 등 생활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춘곤증도 만성피로에 속한다? = 피로 증상은 보통 그 지속 기간에 따라 분류하게 되는데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지속성 피로’라고 하고, 6개월 이상 피로증상이 지속된 경우를 ‘만성 피로’라고 한다.
1개월 미만 지속되는 피로를 ‘급성 피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흔히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춘곤증의 경우 2~3주 동안 피로 증상이 지속됐다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만큼 만성피로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 만성 피로가 만성 피로 증후군?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는 만성 피로 증상을 호소하면서 만성 피로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만성 피로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만성 피로’와 `‘만성 피로 증후군’이 서로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일 뿐이라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만성 피로 증후군’은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일 뿐이고 ‘만성 피로’는 피로 증상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 만성 피로 증후군 진단 기준 = 만성 피로 증후군은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적인 피로 증상이 있으면서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해보아도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해당된다.
또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일을 줄여도 피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서 ▷피로 증상 때문에 이전에 비해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도 일단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환자들이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인두통 ▷목 부분이나 겨드랑이 부분 임파선의 비대 및 통증 ▷근육통 ▷관절통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두통 ▷잠을 자고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은 증상 ▷평소와는 다르게 운동을 하고 난 후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피로감 등의 8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을 6개월 이상 지속적, 반복적으로 느낄 때에는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 생활습관의 재정비 = 피로 증상은 신체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리적 신호이자 몸이 능력 이상으로 혹사되고 있다는 경고 증상이다. 따라서 생활습관의 재정비를 통해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휴식은 심신의 긴장을 완화해주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일을 하면서 적당한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일상적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운동, 목욕, 수면 등의 여러 방법 중에 본인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간혹 피로 회복을 위해 커피, 당분 섭취 등을 손쉽게 선택하지만 이런 방법은 생각과 달리 오히려 피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피로예방을 위한 10가지 생활수칙>
1. 1주일에 3회 이상, 적어도 30분 이상씩 유산소 운동을 한다.
2.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3. 평소 가능한 알코올 섭취를 피한다.
4. 평소 가능한 카페인 섭취를 적게 한다.
5. 평소 적절한 체중을 유지한다.
6. 평소 6~8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7. 평소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한다.
8. 평소 업무량의 조절과 효율적인 시간 계획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비교적 기운이 넘치는 오전 중에 하는 게 좋다.
9. 평소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배워둔다.
10. 평소 습관성 약물의 사용을 피한다. 일부 피로회복제는 카페인 성분이 주성분이어서 반짝 각성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때문에 장기간의 카페인 사용이 습관성을 유발할 수도 있고 그 부작용으로 오히려 더 심한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도움말 : 신호철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봄나물, 비타민 등 풍부 춘곤증에 특효약
양념 적게 조리해야 ‘향긋한’맛·향 살려
달래, 냉이, 쑥, 씀바귀, 두릅, 봄동 ….
입춘이 지난 뒤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봄나물들이다. 언 땅을 뚫고 나온 봄나물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온실 속에서 자란 다른 푸성귀에 비해 맛과 향이 한결 뛰어나다.
향긋한 풍미와 쌉쌀한 맛, 그리고 아작아작 씹히는 질감은 입안에 봄기운을 가득 전해줄 뿐 아니라 잃었던 입맛도 되살려준다.
특히 봄의 불청객 ‘춘곤증’엔 비타민과 무기질이 듬뿍 들어 있는 봄나물이 특효약이다.
춘곤증은 계절의 변화에 몸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생리적 부적응 현상으로 추운 겨울 움츠렸던 신체가 날씨가 풀리면서 리듬을 잃어버려 나타난다.
비타민 C가 풍부하고 단백질과 칼슘, 철분 등이 많은 봄나물은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조절에 도움을 준다. 우리 조상이 봄철이면 햇나물을 장만해 집안 어른께 즐겨 올려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판매대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봄나물은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조리법도 필요하지 않아 이른 봄 피로에 지친 가족들의 건강 챙기기엔 그만이다. 단, 봄나물의 특유의 향과 맛을 살리려면 양념을 적게 쓰는 게 조리의 핵심.
▷냉이 = ‘나생이’ 또는 ‘나숭개’라고도 불리는 냉이는 대표적 봄나물로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누런 잎을 떼고 깨끗이 다듬어 살짝 데치거나 국을 끓이면 별미로 꼽힌다. 연한 냉이는 날로 양념하여 무쳐도 좋고 약간 억센 것은 잎과 뿌리를 나누어 따로 데쳐서 무쳐 먹으면 한 가지 나물이지만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달래 = ‘작은 마늘’로 불리는 달래는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에서나 잘 자라 이른 봄 밭이랑이나 논둑 가에 무리지어 난다. 칼슘과 비타민 A·C가 많이 들어 있는 달래는 연한 것은 그대로 고춧가루, 간장,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무치고 굵고 매운 맛이 강한 것은 된장찌개에 넣으면 향이 좋다. 초장에 무쳐서 먹거나 깨끗하게 다듬어 김을 싸 먹어도 좋다.
▷돌나물 = 돈나물, 돗나물 또는 석상채라고도 하는 돌나물은 특유의 향기가 있어 연한 것은 날로 무쳐서 먹거나 국물을 넉넉히 넣어 물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무칠 때는 날 것을 그릇에 담고 양념을 넣어 키질하듯이 그릇째 까불어 간이 고루 가게 해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두릅 = 두릅나무의 어린 순인 두릅은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A·C·칼슘·섬유질이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두릅은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서 먹는다. 끓는 물에 데쳐 배즙, 고춧가루, 소금을 넣고 물김치를 만들어도 별미.
▷씀바귀 = 씀바귀는 쓴맛이 강해 붙여진 이름이다. 쌉사름한 맛이 특징인 씀바귀의 쓴 맛은 미각을 돋우는 데 한 몫을 한다. 봄에 입맛이 없을 때 새콤하게 무쳐 먹으면 식욕증진에 도움을 주고 소금물에 삭혀 김치를 담가도 별미다.
▷물쑥= 논두렁이나 냇가의 습한 곳에서 자라는 물쑥은 이른 봄에 뿌리째 뽑아 줄기와 잎은 버리고 뿌리만 먹는데 진한 향기가 난다. 살짝 데쳐서 소금 간을 해 새콤하게 무치거나 고춧가루를 넣어 붉게 무치기도 한다. 참기름에 살짝 볶아 고추장, 된장, 깨소금을 넣고 간이 잘 배도록 많이 주물러서 무쳐도 맛이 있다.
▷봄동= 노지에서 겨울을 나며 자란 봄동은 달고 사각거리고 씹히는 맛이 좋아 봄에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나 쌈으로 사랑을 받는다. 배추보다는 조금 두꺼운 편이지만 어리고 연하며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고 향이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