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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vs. 생태학, 식품전쟁 승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식품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해왔다.(중략) 그러나 바로 그 정점에서 식품 품질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의 식품 시스템은 광우병과 같은 새로운 위협과 환경 재난에 이르기까지 위기를 겪으며 비틀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야흐로 '먹거리 전쟁'의 시대다. 트랜스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비만 등 질병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미국 뉴욕시는 최근 트랜스 지방 퇴출을 선언했다. '웰빙'과 다이어트 바람에 음료업계에는 '0칼로리' 차음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전자 조작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수십년 전에 비하면 기아와 빈곤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먹거리를 둘러싼 논란과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겁고 이에 따른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영국 런던 시티대학 식품정책과 팀 랭 교수와 객원 연구원 마이클 헤즈먼은 책 '식품 전쟁'(아리)을 통해 이 같은 현상과 식품 정책의 미래상을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식품 전쟁 시대를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 '생산자 패러다임' '생명과학 통합 패러다임' '생태학적 통합 패러다임' 등 3가지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간 생산 증대를 통해 식품정책을 이끌어온 패러다임은 '생산자 패러다임'이다. 지난 200년간의 식품 산업화와 화학, 운송, 농업기술의 발전에서 나온 생산자 패러다임은 그러나 건강과 환경을 도외시해 식품 정책에서 점차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 '생명과학 통합 패러다임'과 '생태학적 통합 패러다임'이다. 생명과학 패러다임은 '유전자 조작'과 같이 식품 생산에 생물학적 과학 기술을 적용하는 것. 이에 반해 생태학적 패러다임은 상호의존성과 공생관계를 인정하며 생태학적 다양성 보존을 목표로 한다.

저자들은 "생산자 패러다임은 이제 권력의 정점에 도달했다"라면서 앞으로는 생명과학과 생태학적 패러다임 간의 전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다면 이 둘 중 승리자는 누가 될까? 책은 '생태학적 통합 패러다임'에 손을 들어준다. 생명과학 통합 패러다임이 현재 가장 강력한 상업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건강에 유익하고 환경 친화적인 생태학적 통합 패러다임이 더 적합하다는 것.

저자들은 결론에서 "식품ㆍ건강 정책의 목적은 반드시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성 존중에 있다"라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학적 통합 패러다임'에 희망을 걸었다.

아리 펴냄 / 박중곤 옮김 / 368쪽 /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