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서울 시내의 지하철 역에는 하얀색 원피스에 창백한 팔과 다리, 그리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에 고개를 숙이고 손에는 분홍신을 든 소녀가 나타났다.
중장년층 승객들은 측은해서 혀를 찼지만 젊은 세대들은 곧 그것이 홍보이벤트인 것을 알고 폰카를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그들은 그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열렬한 입소문의 전파자가 되었고, 영화‘분홍신’은 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하철 게릴라 홍보이벤트를 펼친 영화 ‘분홍신’이 만약 그 정도의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기존의 거대미디어에 광고를 했다면 아마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비용을 집행하고도 원하는 홍보 효과를 거두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왜? 마케팅의 생태계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마케팅 환경에서 살림출판사가 경영.브랜드.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 실무자를 위한 '돌연변이 마케팅'을 펴냈다.
이책의 저자인 신병철 박사는 "기존의 모든 마케팅은 낡았다. 이제 마케팅은 '진화'가 아닌 '돌연변이'를 해야 성공한다" 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21세기의 새로운 마케팅인 ‘돌연변이’ 마케팅의 핵심은 한마디로 효율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최대한 비용대비 효율을 산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어 독특하고 참신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고안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마케터들은 '더 빠르게, 더 소비자 지향적으로, 더 직접행동 유발적으로' 를 화두로 삼아 보다 새롭고 참신하면서도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들을 끊임없이 고안해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마케팅 기법을 ‘돌연변이 마케팅’이라 명명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저자가 기획하고 진행하여 성공시킨 두산주류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돌연변이 마케팅 전략이다.
‘처음처럼’은 출시된 이후 술병을 형상화한 캐릭터 ‘처음돌이’를 내세워 강남과 신촌 등 사람들이 붐비는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신제품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그 당시 소주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미니어처’ 병을 만들어 선물로 제공하는 등, 그 시작부터 마케팅 전략이 특별했다.
또 동호회와 대학생 MT를 겨냥해 펼친 게릴라 마케팅, 즉 ‘찾아가는 광고’였다. 이러한 전략은 광고 전략과 더불어 처음처럼을 독특한 제품으로 인식시키는데 주효한 효과를 냈다.
이제는 광고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광고와 함께 소비자와 호흡하는 돌연변이 마케팅이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이책은 철저하게 이론에 기반해 있으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게 읽힌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저자 특유의 구어체 문장을 따라 읽어가다보면 티버스키와 카네만의 ‘Feature Matching Theory'같은 골치 아픈 이론이 ’독특성이 있어야 선택될 확률이 높다‘는 명쾌한 설명으로 바뀌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책은 기업의 브랜드.마케팅.기획 부문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부터 지금 갓 마케팅에 입문한 대학생.신입직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쉽게 접할 수는 마케팅 실무 지침서가 될 것이다.
살림출판사 펴냄 / 신병철 지음 / 224쪽 / 1만2000원 / 031-955-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