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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개혁 ‘창조적 파괴’ 시험대…중앙회장 권한 분산·조직 구조개편이 핵심

KREI 보고서 “7명 중 다수 회장 사법 리스크…권한 집중 구조 원인”
감사 독립·선거제 개편 통해 권력 분산…지배구조 전면 개편 필요
경제사업 96% 적자·농가 고령화 심화…통폐합·전문경영 전환 불가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협중앙회가 2012년 신용.경제사업 분리(신경 분리) 이후 약 13년 만에 대대적인 구조 개혁의 분수령에 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농협 개혁: 창조적 파괴와 혁신' 보고서는 중앙회와 지역농협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 사업 재편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고강도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농협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로 중앙회장에 권한이 집중된 구조를 지목했다.

 

1990년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민선 회장 7명 가운데 다수가 구속되거나 당선무효 등 법적 문제에 연루된 점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한호선(1대)·정대근(3대) 회장은 재임 중 구속됐고, 원철희(2대) 회장은 재임 중 사퇴 후 구속됐다. 김병원(5대) 회장 역시 퇴임 이후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현 강호동 중앙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농협재단 사업비 약 4억9000만 원을 유용한 혐의와 고가 출장 등 방만한 운영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반복적 사법 리스크의 배경으로 감사권과 인사권이 중앙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지배구조를 꼽으며,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당국은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당국은 농협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통합 감사기구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별도 특수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도입해 중앙회로부터 독립된 감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선거제도 역시 대폭 개편된다. 현행 조합장 중심의 선출 구조에서 벗어나 전체 조합원 약 187만 명이 참여하는 ‘1인 1표 직선제’로 전환해 대표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회장의 자회사 경영 개입과 겸직을 금지하고, 그동안 불투명하게 운영돼 온 무이자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 강화 조치도 병행될 예정이다.

 

사업 구조에서도 근본적 재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금융지주와 경제지주가 캐피탈·저축은행·사료·유통 등에서 지역 조합과 동일 영역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는 협동조합 체계 내에서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모순적 구조로, 중앙회-지주사-조합 간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자회사의 만성 적자와 중복 사업 문제는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농협 내부 사업 구조 개편의 핵심으로는 자회사 통폐합이 제시됐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농협 홍삼 등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와 중복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주사 운영 과정에서 창출된 성과를 조합의 실질적인 성장과 조합원 복지로 환원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협동조합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재원 활용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이미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2024년 기준 전체 조합의 96.0%가 경제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으며, 조합당 평균 적자 규모도 2020년 –11.6억 원에서 2024년 –32.5억 원으로 약 3배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경영 문제가 아닌 사업 구조 자체의 비효율에서 비롯된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농촌 인구 구조 변화와 농협 조직 간 괴리도 심화되고 있다.

 

1990년 대비 농가인구는 약 70%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농협 수는 32% 감소에 그쳤다.

 

특히 2025년 기준 농가 인구의 56%가 65세 이상으로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조합 구조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사업 부문의 적자 구조도 심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조합의 96.0%가 경제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으며, 조합당 평균 적자 규모는 2020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32억5000만 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조합 운영 체계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비상임조합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중심의 운영 체계를 도입해 경영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REI 김태후 연구위원은 “농협 개혁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기반해 새로운 사업은 키우고 비효율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 규모화와 합병 인센티브 확대 등 정부가 예고한 2단계 개혁 과제를 구체화하는 후속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