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지 2주년이 되면서 참여정부의 실적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돈 안 드는 선거 실현과 정경유착의 단절 등 정치개혁에는 높은 점수가 매겨진 반면 경제침체와 사회 곳곳의 양극화 심화 등 경제회생과 사회개혁에는 낮은 점수가 주어져 전반적으로는 잘 했다는 평가보다 잘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식품정책에 대한 참여정부의 중간평가는 어떨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여로조사 결과가 없기에 공정한 평가는 사실상 어렵지만 필자의 주관적인 평가로는 낙제점이다.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9일 식약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식품안전관리기본법 제정에 대한 건의를 받고 “법은 올해 과업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식품안전기본법(안)이 만들어져 3월중에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법 제정의 취지와 의미는 매우 퇴색되어 버린 상황이다.
법(안)의 내용이 식품안전관리를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식품업계의 목을 죄는 규제와 단속강화의 수단으로만 작용될 공산이 큰데다가 이 조차 이미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대부분 반영된 것이라서 과연 식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한가라는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그런 법(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되돌아보면 매우 비생산적이었다. 당초 국무조정실이 초안을 만들어 지난해 8월에 공청회까지 마치고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로 이관, 지난 정기국회에 상정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해찬 국무총리가 “법만 만들면 뭐하나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꿔야지”라며 법 제정을 행정체계 개편과 동시에 추진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에서는 식품안전관리를 전담할 ‘식품관리처(가칭)’ 신설을 골자로 한 행정체계 개편안을 만들었지만 청와대로부터 거부당했다.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자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복지부는 그 사이에 국무조정실에서 만든 식품안전기본법(안)에 포함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베껴서 식품위생법 개정에 반영시켜버렸다. 행정기관간의 공조나 정책의 일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무현 정부의 지난 2년간 식품정책은 균형적인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소비자 차원에서만 접근했지 산업 차원에서는 너무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대형 식품위생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식품산업의 영세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정부의 식품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의 부재가 도마에 올랐지만 무게 있게 관심을 가지질 않았다.
정부의 지원 없이도 오늘날 제조업종 가운데 부가가치수익률 4위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시켜온 식품업계의 사정이나 입장은 무시한 채 소비자의 목소리와 여론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나마 농림부에서 농업과 식품산업을 연계시켜 농업도 살리고 식품산업도 진흥하려는 의도로 ‘식품산업육성법(가칭)’의 제정을 추진했지만 이것조차도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여정부 2년이 지난 지금 식품정책과 관련해 이뤄놓은 것이 뭔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앞으로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 마스트플랜이 없기에 방향을 잡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식품정책의 경우 관련부처가 많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집권 초기 개혁차원에서 추진하지 않으면 사실상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참여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 본다.
우선은 지금이라도 식품 정책에 대한 철학을 갖길 바란다. 식품 문제는 안전관리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안전관리는 국민 모두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면에서 중요하고, 산업육성은 식품산업이 농업의 사활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 수익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안전관리와 산업육성 중 어느 쪽도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힘들다면 우선순위를 따져 최소한의 균형잡힌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식품행정 체계는 개편할 것인지, 개편을 한다면 일원화할 건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능조정만 할 건지 등에 대한 방향을 빨리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모적인 논쟁을 없애고 우왕좌왕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