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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은 생명이다

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09년 1월 23일 필자가 농촌 진흥청장으로 부임하여 경기도 수원 소재 청사 정문에 들어서니, 본청 건물 앞에는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 라는 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두 문장으로 된 간단한 구호이며 처음에는 다소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차츰 지나다 보니 친숙해진다.

 

곰곰히 생각하니 농업과 농촌의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매우 훌륭한 구호로 여겨졌다. 당시 농업의 ‘생명 산업’ 기능이 강조될 때이다. 농과대학 명칭을 농생명 대학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학과 이름도 ’생명’ 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생명’이라는 말을 사용한 여러 단체나 학회도 생겨났다. 생소하기만 하던 ‘생명’이라는 단어가 농업계의 안방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생명’이라는 용어가 다시 강조된다. 인간생명이 바이러스라는 무 생명체에 무차별하게 당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야기했다.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동물의 생명과 지구 생태환경도 중요하게 여긴다. 코로나 19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환경, 생태 위기라고 보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과거 신종 플루나 메르스, 사스등의 질병이 박쥐나 낙타 등의 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인수공통 전염병 바이러스에서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하기에 인간의 건강과 동시에 동물의 건강도 중시하게된다. 자연히  인간의 건강, 동물의 건강, 지구의 건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현재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 제도, 인식,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변경하여 새로운 길을 가야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 포스터 코로나 시대는 생명 자본주의 시대‘ 라고 한다. 생명 자본주의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나 기존의 자본주의와 다르다. 기존의 자본주의가 경쟁, 착취 위주의 제도라면 생명 자본주의는 ’공존‘이나 ’공생‘의 제도인 것이다.

 

포스터 코로나 시대는 과거의 인식이나 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추진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생명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계된 산업이 농업이다. 이어령 장관은 ” 다음 세대를 이끌 혁신은 생명의 신비를 가장 자주, 가까이서 지켜보는 농부들에게서 이끌어낼 것“ 이라고 하면서 농업을 강조한다, 사람과 산업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농업은 생명이라는 구호가 다시 힘을 얻는 것이다. 생명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무궁 부진하다. 간단히 생각해도 식품산업( 10조 달러), 제약( 4조달러), 의료보건( 4조 달러)등을 포함한 약 18조 달러이다. 해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여 생명 산업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농업 중요성은 그간 ’먹거리‘ 차원에서 강조했다.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기능이다. 먹거리 기능은 ’생명’기능의 출발선이다. 생명과 먹거리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자 언제부터인가 먹거리 중요성이 점차 약화되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먹거리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된다. 8월 1일 기준 전 세계 인구는 78억 8,300만명을 기록하며 이중 8억 5,300만명이 영양 부족으로 나타난다. 코로나 19로 가난한 나라가 더 비참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UN 식량 계획(WFP)는 코로나 19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남아메리카등 49 개국을 식량 위기국가로 본다. 숫자로는 2억 7천만 명 정도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을것으로 여겨진다.

 

2050년에는 세계인구가 100억명을 전망하고 농산물 수요는 현재보다 70 % 증가할것으로 전망한다.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먹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질병이나 세계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더 비참해진다.


농업의 먹거리외의 기능은 비교역적 기능, 또는 공익적 기능으로 강조되었다. 홍수조절, 대기정화, 수자원 함양, 농촌 경관 보전등 시장에서 화폐가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기능이다. 다자간 국제협상에서도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Non Trade concern) 기능을 강조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농업은 생명산업이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인구가 증가하여 2050년에는 100억명에 이르고 인간 수명도 증가하여 100 세 시대에 돌입한다. 인구증가나 수명 연장은 새로운 대응을 요구한다.

 

정책과 제도, 안전과 위생, 국제교역등 인간 생활 전반이 새로운 국면에 처한다. ‘ 인구 100억 명, 수명 100세 ’ 시대 에는 먹거리와 생명을 동시에 아우르는 농업이 희망이다.  ‘농업은 생명‘ 이라는 말은 다가오는 미래에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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