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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맛.멋.펀] 돌밭을 차밭으로...아모레퍼시픽 창업자 고 서성환 회장은 왜 제주였을까?

국내 최초 차 박물관 '오설록 티 뮤지엄'에서 복합 차 문화 체험 공간으로 '티스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뚜렷이 내세울 차가 없습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의 전통차 문화를 정립하고 싶습니다. -故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 회장과 제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돌과 바람이 전부인 제주 황무지 땅을 20여 년간 개간해 아름다운 다원으로 이뤄낸 것은 이 같은 장원 서성환 회장의 굳은 의지의 결실이다.

한라산 남서쪽 중턱의 황무지를 사들여 1979년부터 2년 여 간 개간한 것이 바로 설록다원 도순이다.  돌투성이의 악지에서 차밭으로 그렇게 눈물 겨운 노력 끝에 1980년 '설록차' 브랜드가 탄생한다. 전라도에서 수매한 찻잎으로 만든 아모레퍼시픽의 첫번째 녹차 만수, 천수, 백수 제품이 출시된다. 그 다음해 우리나라 최초의 홍차 티백이 첫 선을 보이고 1983년 드디어 제주 설록다원 도순에서 처음 수확한 찻잎으로 한라진수, 삼다진수, 백록녹향 등이 출시된다.



서 회장은 왜 제주였을까? 이유는 제주가 지닌 천혜의 '자연조건'때문이다. 

제주도 토양은 차나무를 재배하기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제주도의 토양은 칼슘과 마그네슘, 산화철 등 유기물 함량이 매우 높은 비옥한 흑색 토양이다. 또한 화산활동에 의해 굳어져 생긴 현무암으로 인해 토양 속에 미세한 틈이 있다. 이 틈은 땅 속의 차나무 뿌리가 받는 압력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물이 잘 빠지고 많은 공기를 받아들일 수 있어 녹차가 더욱 잘 자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녹차 재배지 중에서는 오직 제주만이 녹차 재배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좋은 차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연 평균 기온이 14~16℃이되 겨울 최저 기온은 -5~-6℃ 이상이 좋으며 강수량은 최저 1300mm이상이어야 한다. 제주도는 연 평균 기온 15℃이상, 연 강수량이 1800mm이상으로 잎이 얼기 쉽고 물이 많아 필요한 차 재배에 최적의 조건이다.

여기에 깨끗한 제주 화산 암반수는 깨끗한 녹차를 생산한다. 청정지역 제주도의 화산회토는 오염물질을 강하게 흡착하는 천연 필터 기능을 해 맑고 깨끗한 지하수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걸리진 암반수로 차나무를 재배하고 깨끗한 녹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 아모레퍼시픽 도순다원, 서광다원, 한남다원 등 차 밭 운영 
지난 2001년 국내 최초 차 전문박물관 '오설록 티 뮤지엄' 개관

현재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제주 차밭은 도순다원, 서광다원, 한남다원 등 총 100만평에 이른다. 이 중 서광다원은 경상남도 하동군, 전라남도 보성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녹차 밭의 하나로 꼽힌다. 연 면적 70평의 서광다원은 설록차 다원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국내 최초의 차 전문박물관 '오설록 티 뮤지엄'이 자리 잡고 있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아모레퍼시픽이 서 회장의 뜻을 본받아 한국 전통차 문화를 소개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2001년 9월 제주 서귀포 안덕면 서광리에 개관했다. 지난해에만 180만 명이 방문, 개관 이래 15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이제는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감했다.

오설록 티 뮤지엄 주변으로는 신화월드, 항공우주박물관, 소인국테마파크, 점보빌리지, 자동차박물관, 유리의성, 산방산, 송악산, 중문관광단지 등 유명 관광지가 많다.

◇ 차 역사는 물론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다구 전시
티 하우스, 베이커리.아이스크림 등 판매...'녹차 아이스크림' '영귤차' 인기



오설록 티 뮤지엄은 광할하게 넓은 초록의 녹차밭을 구경할 수 있다. 때문에 커플은 물론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지난 29일에 방문한 오설록 티 뮤지엄은 평일에도 관광객들도 붐볐다. 박물관에서 가까운 주차장은 관광객들의 차로 이미 만차였다. 

오설록 차밭의 트레이드마크인 녹차로 둘러싼 대형 크기의 찻 잔. 이 찻 잔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는 커플이 눈에 띈다. 여기 저기 차밭 사이로 내비친 사람들 사이에서도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끈이지 않는다.

여기서 인생 사진을 남겼다면 박물관 안으로~ 

박물관은 차 문화실, 세계의 찻잔, 브랜드 스토리, 떡음차 공간, 티샵, 티 클래스, 티 하우스, 야외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차 문화실은 차의 역사와 함께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의 다양한 다구를 전시하고 있고 세계의 찻잔 코너에서는 일본, 중국은 물론 서양까지 전 세계의 찻잔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찻잔을 둘러보다 보면 전문 티 마스터가 직접 차를 덖는 과정을 시연하는 떡음차 공간이 나온다. 대형 티 로스터기가 한 눈에 들어 오는데 박물관 안에 또 다른 작은 박물관에 와 있는 느낌.



이 곳에서는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차를 시음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인기가 좋다는 '영귤차'는 은은한 감귤의 향과 녹차의 쌉싸름한 향의 조화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매장 직원은 "매장에서 인기가 가장 좋다"며 "삼나무 통에서 숙성된 삼다연에 영귤을 블렌딩한 차로 특히 여성 분들이 좋아한다"고 귀뜸했다.

웅성 웅성~ 사람들로 가장 붐비는 곳은 티 하우스다.  티 하우스에는 차와 함께 녹차를 이용한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다양한 웰빙푸드를 판매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녹차 아이스크림이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녹차 본연의 쌉싸름한 맛에 구수함과 깔끔한 뒷맛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랑받고 있다.

화장품 한류를 이끄는 아모레퍼시픽답게 화장품 제품도 눈에 띈다. 샴푸 등 헤어케어 제품부터 바디, 페이스 제품까지 녹차를 이용한 코스메틱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한라산과 서광다원의 광활한 초록의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힐링이란 이런것! 

박물관 주위에는 방사탑, 물허벅, 제주 고유식물, 돌다리, 정자 등 제주 전통 문화유산을 전시해놓았다.



◇ 오설록의 새로운 공간 '티스톤'...다도를 배우다

단순히 보고 먹는 것에서 끝난다면 재미가 없지~ 2013년 3월 오픈한 오설록의 새로운 공간 '오설록 티스톤(TEA STONE)'에는 티 소믈리에는 통해 차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접하고 직접 차를 우려내고 시음하는 등 다도(茶道)를 배울 수 있다.

티스톤의 티 클래스는 1일 총 5회 50분으로 운영되며 전문교육을 받은 강사가 기호에 맞는 차 선택 및 음용방법 등을 제공한다. 인당 1만5000원이다. 



차의 티(Tea)와 벼루의 잉크스톤(Inkstone)을 조합해 만들어진 티스톤은 외관 역시 검은 벼루의 모양을 하고 있다.

티 소믈리에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열 개의 벼루에 구멍을 냈다고 하는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디지이 됐다"며 "우리 선조들이 예로부터 먹과 벼루를 활용해 문화와 예술을 표현하고 확산 했듯이 우리 차 문화를 되살리고 꽃 피워 우리 차문화를 확산하는 근강이 되겠다는 집념과 소망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사 김정희는 조선 3대 다인으로 손꼽힐 정도로 차를 즐겼다고 한다. 때문인지 티 소믈리에를 통해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티스톤 곳곳에서 김정희의 글귀 등을 볼 수 있는데 티스톤 상층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와 추사체를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상층에 위치한 다도 체험방. 다도 체험방은 통유리를 통해 연못과 나무숲이 한 눈에 들어와 자연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수공간은 벼루 끝에 모이는 먹물을 형상화, 벽난로는 벼루 위에 걸쳐 놓은 붓을 형상화한 것으로 공간 하나 하나마다 의미가 담겨 있다. 



이날 함께 티 클래스에 참여한 인원은 총 8명. 2인 1조로 체험이 가능하다. 인원 수에 맞춰 다관, 숙우, 찻잔, 차호(찻 뚜껑을 올려두는 것), 삼다연 후발효차 찻잎이 찻상에 준비돼 있다. 2인 1조인 것은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예법을 배우기 위해서 인데 다관에 물을 붓는 법, 숙우 사용방법, 찻물을 따르는 법, 찻물을 나누는 순서 등 다도를 배울 수 있다.



티타임이 끝나면 티스톤 투어~ 하층으로 이동한다. 하층은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한국적 후발효차인 '오설록 삼다연'의 숙성고로 이용되고 있다. 이 공간은 티 클래스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만 공개된다. 실제 숙성에 사용되는 삼나무통과 발효차 개발에 얽힌 스토리 등을 접할 수 있고 삼나무 통에서 만들어진 발효차를 직접 시음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