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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풀무원, 거듭나야 한다

김병조 편집국장
풀무원은 우리나라 식품회사 가운데 그런대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회사 중에 하나다. 소비자들은 풀무원을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 사용 등에 앞장서온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풀무원의 이름이 붙은 제품을 많이 애용하고 있고, 그래서 풀무원 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비싸도 잘 팔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풀무원이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다. 100%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한다던 ‘녹즙’ 제품에 농약을 친 원료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한 보도 내용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고 회사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게다가 본지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풀무원 녹즙이 ‘독성 간염’을 유발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풀무원은 또 주력제품 중의 하나인 ‘유기농콩두부’의 원료를 중국에서 생산한 콩으로 사용하는 반면 경쟁업체에서는 순수한 국산콩을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풀무원의 3개 공장 중 경남 의령공장과 춘천공장 2곳에서는 4개월째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있다.

하나의 기업이 탄생해서 국민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여러 가지의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인격체로 성장하기 까지는 갖가지 홍역을 치르기 마련이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우여곡절의 내용이 뭔가라는 것이 중요하다. 유감스럽게도 풀무원이 겪고 있는 우여곡절을 보면서 과연 풀무원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국민적 기업으로 성장할만한 기업인가에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국민적 기업으로 장수할 수 있는 기업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기업윤리 내지는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거액의 광고비로 선전하더라도 그 제품을 생산해내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외면하게 돼있다. 소비자들은 “저 회사는 믿을 수 없어”라는 선입견을 갖기 때문이다.

풀무원에서는 당사 녹즙 제품에서 농약을 친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제품에서 잔류농약 검출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이런 회사측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이미 지난 99년 소비자보호원과 벌인 ‘GMO두부파동’에서 당시 풀무원은 끝까지 국산콩만을 사용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사실과 다르게 나온 것을 소비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상추밭에 똥 눈 개’라는 말이 있다. 똥개가 어쩌다 한번 상추밭에 똥을 누다가 주인에게 발각되면 그 개는 늘 상추밭에 똥을 누는 걸로 낙인찍힌다는 뜻이다. 기업의 경우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느냐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덕성은 목숨 같이 지켜야 할 덕목 중에 하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