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관련 정책과 제도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불량만두’ 사건 이후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극에 이르면서 각종 법률개정안과 제도개선 방침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내용들을 보면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가히 공포에 가까운 것들이다. 아예 식품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의 과도한 내용도 있고 사업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는 내용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식품업계의 대응자세는 어떤가. 말이 좀 지나칠지 몰라도 한마디로 한심하다. 전략도 없고 결속력도 없다. 최소한의 오기조차 없어 보인다. 이대로 진행되면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지에 대해 업계가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위기 불감증’인지, 아니면 위기를 느끼면서도 무기력하게 속수무책으로 있는 |
지난 13일 오후, 서울대학교에서는 이영순 교수(전 식약청장)가 회장을 맡고 있는 식품안전포럼이 주최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식품위생 관련 법규의 문제점과 식품위생사건에 따른 기업의 피해구제 방안’이었다.
식품업계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세미나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세미나 장은 주최 측이 민망해 할 정도로 썰렁했다. 업체 관계자들의 참석이 고작 20~30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식품공업협회 관계자가 주제 발표를 하는데도 협회 회원사들조차 간간이 눈에 띨 정도였다. 오죽하면 주제 발표하러 나온 협회 관계자가 회원사들의 참석이 저조해 미안하다는 말까지 꺼냈겠는가. 열띤 토론과 업체들의 뜨거운 관심 등을 기대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석했던 필자는 실망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일찍 자리를 떠버렸다.
식품공업협회는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이익단체이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 연간 예산만 하더라도 30억원이 넘는 거대 조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상유례가 없는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나 자세를 보면 안일하다는 생각을 넘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협회 직원 중 고작 한 두 명만 슈퍼맨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고, 소속 회원사들도 일부 업체의 관계자들만 노심초사 고심하는 모습이 보일뿐 대부분은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보인다. 업계의 대표성을 띤 협회의 무기력함이든 소속 회원사의 무관심이든 결론은 오합지졸이다.
식품업계의 또 다른 협회인 급식관리협회는 어떤가. 최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학교급식에서의 ‘직영화, 우리농산물사용 의무화, 무상급식’ 등을 골자로 한 학교급식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주로 학교급식의 위탁운영을 하는 소속 회원사들은 한마디로 졸지에 사업기반 자체가 일거에 사라지는 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대응자세는 한심하다 못해 애처로울 정도다.
생사가 걸려있는데도 반박자료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고, 언론사에 협회의 공식입장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협회설립 5년째를 맞으면서 2대 회장 체제가 새롭게 출범하는 등 겉으로는 뭔가 달라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는 오합지졸의 차원을 넘어 지리멸렬이다.
식품공업협회나 급식관리협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식품관련 협회가 이 모양 이 꼴이다. 협회나 소속 회원사들의 수준을 보면 그 업계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엔 식품업계는 아직 멀어도 한창 멀었다. 웅성웅성 불만만 표출할줄 알지 논리적인 대응전략이나 조직적인 대응자세는 엿보이지 않는다. 밥상을 차려줘도 밥을 떠먹을 생각은 안하고 누가 떠 먹여주길 바라고 있다면 크나큰 착각이고 오산이다. 아무도 밥까지 떠먹여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