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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혼술 남녀' 식품업계 소비 주체로 급부상

[1인가구의 식품 경제학①] 가성비 좋은 편의점 도시락, 시장을 먹여 살리다
2016년 '히트상품' 5000억원 규모로 커져



[편집자주]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논다. 수업도 혼자 듣고, 영화도 혼자 보고. 심지어 여행도 혼자 다닌다. 이처럼 '나홀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은 날로 증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2015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5.9건으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인가구 비율도 2000년 15.5%에서 2015년 27.1%까지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이혼율이 9위에 오르는 등 최근 이혼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인가구를 겨냥한 식품업계 생존전략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푸드투데이는 '1인가구의 식품 경제학' 기획을 통해 식품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한 혼밥족, 혼술족의 식생활과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려한다.  


'혼밥족' 사로잡은 편의점 업계, 다음 타깃은 '혼술족'

[푸드투데이 = 조성윤 기자]   2014년 시장 규모가 2000억원에 불과했던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이 고공 행진 중이다.


실제로 편의점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 달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 189.6% 늘었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도시락 매출이 각각 165.4%, 145.5% 증가했다.


평소 도시락을 즐겨먹는다는 40대 싱글남 김모씨는 "간편하고 가격대비 성능이 좋아 도시락을 즐겨먹는다"면서 "각 편의점업체마다 메뉴구성이 조금씩 틀리기 때문에 인기가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면 퇴근 후 일찍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편의점마다 잘 팔리는 대표상품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에선 ‘백종원한판도시락’이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백종원 씨가 상품기획에 참여해 만든 도시락으로 지난해 4월엔 ‘CU 순대국밥 도시락’을 통해 처음으로 국물 도시락도 내놨다.


세븐일레븐은 ‘세븐일레븐 혜리 11찬 도시락’이 대표 상품이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맥적구이, 닭다리통살튀김, 버섯돈육볶음 등 11개 반찬을 담아 혼밥족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S25에는 배우 김혜자 씨를 브랜드로 내건 ‘김혜자 도시락’ 시리즈가 있다. 김혜자 도시락 시리즈는 작년 한 해에만 1700만개가 팔린 히트 상품이다. 지난해 7월에는 김혜자 민물장어덮밥을 1만원대에 출시하기도 했다.

도시락을 먹는 혼밥족으로 재미를 본 편의점 업계는 안주메뉴를 내놓거 혼술족 겨냥에 나섰다.


CU는 지난 7월 내놓은 ‘가쓰오 계란말이’는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GS25는 지난 8월 용기에 내용물을 넣고 물만 부어 끓이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유어스모둠햄부대찌개’를 출시했는데 순수알루미늄으로 된 조리 냄비에 모둠햄, 대파, 양파, 고추, 떡국떡, 라면사리, 부대찌개 양념을 포장한 제품이다. 올해 7~9월 매출 기준으로 GS25 내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니스톱은 '미니포차'시리즈를 론칭했다. ‘미니포차 정통탕수육’과 ‘미니포차 치즈소세지야채볶음’ 2종으로 치즈소세지야채볶음은 그릴소시지와 비엔나소시지에 피망, 양파 등 각종 야채를 넣고, 토마토소스와 볶은 뒤 모차렐라치즈와 체다치즈를 더한 제품이다.



가성비는 좋지만 몸에도 좋을까?

이처럼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최근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이 높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와 소비자시민모임이 시중에 판매 중인 편의점 도시락 20종의 나트륨 함량을 조사한 결과 도시락 1개 평균은 1366.2㎎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1일 섭취 권고량의 68.3%에 이른다.


편의점 도시락 한 끼 식사로 하루 나트륨 권고량의 절반 이상을 섭취하는 셈이다.


편의점 4개사(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의 도시락 5종씩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상위 1위부터 4위(100g 기준)까지 CU의 제품이 올랐다.


100g당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은 CU의 ‘백종업 매콤불고기정식(429㎎)’이었다. 이어 ‘백종원 한판도시락(380㎎)’‘달콤달달해 소불고기(369㎎)’‘백종원 매콤돈까스정식(362㎎)’순이었다. 이들 제품은 조사 대상인 20개 제품의 100g당 평균 나트륨 함량인 314.7㎎을 훌쩍 넘었다.


전체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 역시 주로 CU의 도시락이었다. ‘백종원 매콤돈까스정식(2099.6㎎)’은 WHO의 하루 나트륩 섭취 권고량의 2000㎎을 넘으면서 1위를 차지했다.


2위 제품도 CU였다.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1952㎎)’이 WHO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에 근접했다. 3위와 4위는 각각 미니스톱의 ‘더푸짐한 트윈도시락’(1667.7㎎)과 CU의 ‘백종원 한판 도시락’(1653㎎)이었다.


또 편의점 도시락은 영양성분 표시 의무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조사시점을 기준으로 GS25와 CU는 도시락 만 전 제품의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세븐일레븐은 열량만, 미니스톱은 영양표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나트륨이 많을 수 밖에 없을까? 


요리연구가 박경이씨는 "'맛있다'라는 개념이 '간이 맞다'에서 달고 짠 음식으로 옮겨졌다"면서 "가공식품과 외식을 즐겨먹는 현대인은 여유를 갖고 맛을 음미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공식품의 경우 더 자극적인 맛의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편의점 도시락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한 끼 식사로 편의점 도시락을 섭취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소비자가 제품별 영양성분을 비교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알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시락이 영양표시 의무 표시 대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