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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식품산업을 육성하려면

김병조 편집국장
농림부가 ‘(가칭)식품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본지를 통해 보도되자 곳곳에서 식품산업 육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도 나오지 않고 논의의 초보 단계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국내 식품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든든한 기초가 만들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도 활발한 논의를 유도한다는 차원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식품산업을 육성하려면 현재 식품산업이 처한 환경을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식품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전체 매출규모는 제조분야만 연간 40조원에 이르는 거대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영세・취약분야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품산업 육성의 기본정책은 영세・취약분야를 해소하는 데 무게를 실어야 할 것이다. 식품산업의 육성은 사업자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의 식품안전을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품 안전사고가 산업의 영세성과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영세성과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굳이 ‘생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지원 예산을 마련할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각 지자체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거둬들인 과징금을 활용하면 된다. 과징금은 대부분이 법을 지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영세한 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이다. 현재 식품진흥기금이라는 명목으로 3천3백여억원이나 모여져 있으나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채 은행에 잠겨있는 상태다. 이 식품진흥기금이 이름에 걸맞게 실질적으로 식품산업 진흥에 쓰여지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두 번째로 우리 식품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료 생산자(농민)와 사용자(제조회사)간에 제휴관계(association)가 없다는 것이다. 즉, 농산물 생산자인 농민과 구매자인 식품제조업체간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은 그동안 정부의 보호 속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워져 온 탓에 자생력을 잃은 상태다. 그나마 이제는 국제 무역규범에 따라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을 하지도 못하게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자와 사용자가 제휴관계를 형성해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산물유통의 대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중간 유통단계를 걷어냄으로 해서 사용자가 필요 이상으로 물어야 하는 코스트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는 사용자와 생산자간의 계약 제배 및 생산이 되도록 함으로써 안정적인 수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과제는 제품의 차별화를 유도하는 일이다. 값싼 중국산 원료로 만든 제품이나 우수한 국내산 원료를 사용해 만든 제품이나 시중에서 똑같이 취급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어떤 회사도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식품산업에 있어서도 ‘명품’이 인정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우수 제품에 대한 품질인증 제도를 시급히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불량만두’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도 인정받은 우수제품은 타격을 받지 않는다. 또 그래야만 모든 기업들이 우수제품을 생산해서 제값을 받는 고부가가치화에 눈을 돌릴 것이다.

끝으로 고민해볼 과제는 식품산업을 다룰 행정조직의 개편이다. 현재는 산업차원에서는 주무관청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림부는 식품원료 생산자인 농민에게만 주무관청이고 보건복지부는 식품제조업체들에게 주무관청으로 돼있지만 산업지원과는 거리가 먼, 규제를 위한 관청이다.

따라서 식품산업을 주관하는 행정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농림부를 ‘식품농업부’로 개편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주길 주문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산업의 특성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산자와 사용자 양쪽 모두를 위한 정책을 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