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기능 ‘대수술’ 시급
“전문성 높이고, 소비자가 신뢰하는 기관돼야”
‘불량 만두’ 사건으로 국민적 지탄과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심창구)의 위상과 기능에 대한 ‘대수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98년 창설 이래 국민들에게 비친 식약청은 뇌물사건으로 얼룩진 ‘부패한 기관’으로 인식돼 온데다가 최근 ‘불량 만두’ 사건을 계기로 전문성이 결여된 ‘무능력한 기관’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최근 ‘식약청 이대로 안된다’, ‘식약청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제하의 일련의 기획보도에서 지적한 식약청의 문제점이 만두사건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식약청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요구는 식품 위생안전과 관련해 아무리 좋은 대책들을 내놓더라도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대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식약청에 대한 수술에서 가장 먼저 ‘칼’을 대야 할 분야는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로 지적되고 있다.
식약청은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지만 사실상 ‘의약청’이라고 할 정도로 식품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식품 전문인력은 10%에 불과한 실정이며 그나마 국제적인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수인력은 전무한 상태다.
850여명의 직원 가운데 고시출신은 5명에 불과하며 이 중에 식품 분야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은 기능성식품 담당자 1명뿐이다.
식품분야 과학전문가와 함께 법률전문가의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식약청의 업무는 규제와 단속, 인·허가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이는 관련 법규에 따라 집행되고 있지만 업체들이 관련 법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범법행위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식약청은 자기네들만 아는 법을 운영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규제 및 단속, 인·허가와 관련된 법규는 공무원은 물론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서 법률 전문가에 의한 관련 법령의 정비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식약청에 대한 변화의 요구 중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 중심의 식약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소비자와 함께 하는 행정기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식품위생심의위원 54명 가운데 소비자 대표는 전체의 6%인 3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소비자단체에서 불량식품을 수거해 검사를 의뢰해도 식약청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신고 포상금이 5천원에서 30만원까지로 정해져있지만 평균 포상금은 1만5천원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를 배척하거나 소비자로부터 저항을 받는 식약청이 아니라 소비자가 중심이 되고 소비자와 함께 하는 식약청이 돼야 식품위생 안전의 길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된 공무원 인력으로 날로 늘어나는 수없이 많은 업체와 부정?불량식품을 단속하기에는 어차피 역부족인 이상 소비자의 참여를 통해 온 국민을 식품위생 감시원으로 만드는 길 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