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은 전체적인 산업규모로는 제조업 가운데서도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산업이지만 정부나 소비자들로부터는 기술력이 낮은 재래식 산업으로 인식돼왔다. 이로 인해 식품산업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낙후성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하면서 식품산업에 대한 인식과 시각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본지는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현황은 어떠하며 첨단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을 안고 있는지 등을 품목별로 집중 진단해보고자 한다. |
간장에도 웰빙 바람…‘검은콩 간장’등 출시
건강 기능성 발효 소스, 제2도약의 ‘키포인트’

간장 산업의 변천
우리나라의 장류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하나의 산업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에 의해서다. 일본인이 주로 거주했던 부산과 인천, 경성 지역에서 우리나라 장류공장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1886년 부산 신창동에 산본장유 양조장이란 공장이 일본인에 의해 설립된 이후 1910년에 이르기까지 서울과 인천, 부산지역에 24개의 장류공장이 설립되어 주로 일본인의 자체 수요를 충당하거나 일부는 일본, 만주 등으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격적인 일제의 통치가 시작된 이후 장류공장은 크게 늘어났고 해방이후 일본인이 소유, 운영하던 공장들이 우리 손에 의해 운영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6.25전쟁까지는 명맥만 유지되는 수준이었지만 전쟁을 계기로 장류산업은 식품산업의 한 분야로서 위치를 다지게 되는데 이는 군납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60~70년대는 간장산업이 정착되어가는 시기였다면 80년대는 격변기였다.
84년 장류업이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업계는 일정한 규모와 자금력을 확보한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되었고 85년에 발생한 위생관리 불량 사건이으로 소비자 신뢰가 크게 추락한 시기였다.
그러나 90년대 초 간장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한데다가 94년 9월 1일부로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되면서 대기업이 장류산업에 뛰어 들게 돼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국내외 시장현황
국내 간장시장의 규모는 2003년말 현재 약 1천500억원 규모다. 추정소요량 대비 공장공급량은 1980년대 27.3%였으나 2000년에는 42.6%로 크게 늘어났다. 업계는 최근 3년새 그 비율이 더욱 크게 늘어 2004년 현재는 85% 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반적인 간장시장은 시장성숙기의 말기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판매량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액은 판매단가 상승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산업화 돼있는 간장의 종류는 양조간장과 혼합간장, 국간장 등 세 가지다. 2000년까지만 해도 혼합간장이 전체 소비량의 80.3%를 차지했으나 2001년에는 77.9%로, 2002년에는 69.1%로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지난해 초 64.5%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양조간장은 2000년 17%에서 2001년 19.1%로 늘었고 2002년에는 27.7%로 크게 늘어났으며 지난해 초에 31.9%로 급성장했다. 일본의 경우 97%가 양조간장이고 대만은 80% 이상을 양조간장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5년 이내에 전체 간장 시장의 60% 이상을 양조간장이 차지해 양조간장과 혼합간장의 위치가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경향은 간장 소비패턴이 고급지향, 건강지향으로 바뀌고 있는데다 해당업체들의 마케팅 전략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간장시장에도 고급화된 프리미엄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국내 간장 시장의 선두 업체인 샘표식품이 내놓은 ‘유기농 자연콩 간장’의 경우 1리터짜리가 9,800원으로 시중에서 가장 비싼 제품이다.
양조간장의 평균치 4,000원대에 비해 두 배 이상, 혼합간장의 평균치 3,000원대에 비해서는 세 배 이상 비싼 편이다. 양조간장의 대표 메이커 대상에서 내놓은 ‘검은콩 간장’ 7,200원(900ml) 보다도 훨씬 비싸다.
국내 간장 시장은 혼합간장의 경우 샘표간장과 몽고간장, 오복간장이 시장을 나눠 먹고 있으며 양조간장은 대상과 샘표, 오복간장이, 국간장은 대상과 샘표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간장 제품은 ‘샘표 진간장 금F3’로 알려져 있다. 시장 전체로 보더라도 샘표간장의 시장 점유가 49.4%(2003년 기준)로 가장 높지만 최근 양조간장의 매출 증가세에 힘입어 양조간장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대상의 점유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간장 산업의 전망 및 과제
간장 산업은 외형적으로는 더 이상 성장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미 공장에서 제조한 간장의 가정 내 사용률이 85%에 이르고 있는데다가 식생활 습관의 변화로 간장 소비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시장에서는 각 업체들이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소비자 요구를 파악해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과 더불어 프리미엄 제품의 추가 개발 및 시장 정착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장은 세계 2위의 생산국이 가능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간장 조제업체인 기꼬망, 야마사 등은 이미 세계적인 간장 회사로 성장했고 우리나라의 간장 제품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기술력과 자본력 등으로는 향후 10년 이내에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일본 외의 국가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시장 연구와 제품 개발, 현지 생산 공장 건설, 정부의 지원 등이 뒷받침되면 국내 시장 규모보다 훨씬 큰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메주로부터 만들어지는 전통간장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국, 찌개문화에 어울릴 수 있는 제품이지만 독특한 풍미 때문에 세계화에 어려움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순수균주만을 사용하여 제조공정을 잘 관리하면 기존의 재래식 간장의 독특한 향을 최소화하고 일반 양조간장과는 다른 풍미를 지난 제품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의 경우 간장만 기본적으로 5종류가 있어 각각 그 특색에 따라 용도가 달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즉, 용도별, 기능별, 계층별 등 다양하고 세분화된 제품을 개발해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간장의 세계화된 형태 중 유망한 분야는 ‘발효 소스’로 꼽히고 있다. 천연발효 조미료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일본의 데리야키 소스와 우리나라의 불고기 소스 등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향후에는 더욱 발전시킨 형태의 건강 기능성 발효 소스가 세계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내 업체의 연구개발과 투자가 간장 산업 제2도약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양조간장, 2030 주부 메인 타킷
- 양조간장 시장 상황과 전망은. 대상의 메인타킷은 20대후반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주부들이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양조간장의 구매대상이 되고 있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평균 연 25%이상의 성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25%에 육박한 현 상태는 이미 시장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40대 이상 주부들은 맛과 가격 때문에 공략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양조간장 시장의 증가는 더딜 것이다. 그나마 양조간장이 시장 점유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대형할인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슈퍼에서는 혼합간장 밖에 안 팔지만 대형할인점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동등한 조건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양조간장의 주 판매처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할인점의 성장과 양조간장의 성장 당분간은 비례할 수 밖에 없다. 양조간장 시장의 또하나의 변수는 간장시장 전체가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양념장이 나오고 외식이 증가하면서 가정용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전체 간장시장도 2002년에 비해 작년에는 5%정도 축소했다. 간장은 전통적인 식단에 많이 사용됐는데 식습관이 바뀌고 있는 것이 시장 축소의 주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시장 공략 전략은. 양조간장을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에 펼칠 ‘음악을 듣는 간장’과 같은 기본 제조기법에서의 차별성에서 사용하는 원재료의 차별성까지 부각시킬 계획이다. 대상의 양조간장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던 것은 ‘청정원’이란 브랜드의 힘이 컸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청정원의 브랜드 파워를 올리기 위한 전략도 동시에 계획하고 있다. 대상에서 나오는 간장은 타 회사 제품과 달리 진간장, 양조간장, 쇠고기간장, 조림간장, 소스간장, 국간장, 금간장, 검은콩간장 등 맛에 따라 제품명이 붙여졌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혼합간장이 우리의 입맛을 획일화해왔다. 양조간장은 입맛의 다양성을 길러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 대상은 가정용 시장에서 업소용 시장으로 티킷을 전환하려고 한다. 특히 단체급식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단체급식 시장은 양조간장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상의 주티킷인 20, 30대 주부들이 학부모로 있기 때문이다. 단체급식 영양사들에게 양조간장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대형식당도 일정량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는 등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선은 시장 진출을 위해 가격을 거의 원가에 가깝게 공급하려고 한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