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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정년제를 폐지하자

김병조 편집국장
사람은 일을 해야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중.고령층(만55~69세)의 54%는 무직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하는 일 없이 소일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절대적이진 않지만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퇴출연령은 평균 35세로 OECD국가 평균인 45세보다 10년이나 빠르다. 55세 이상의 중.고령층이 희망하는 퇴직연령은 평균 68세로 조사된바 있어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지난 1999년에 만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7%가 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23년만인 오는 2022년에 고령사회(65세이상이 전체 인구의 14%이상)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2050년에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비율이 68%로 일본의 72%에 이어 OECD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화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고령자들의 실업이 증가하면 젊은 사람들이 노인층 부양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년층이 지난해에는 10명 수준이었으나 2030년에는 3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근로자 3~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돼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직시한 노동관계 연구기관이나 OECD 등에서는 정년제 폐지를 주장 또는 권고하고 있다. 필자 역시 정년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은 이미 정년제가 폐지된 상태이며 EU국가들도 연령차별제도를 없애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정년제 폐지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게 하되 일정 연령이 지나면 단계적으로 임금을 줄여나가는 ‘임금피크제’의 실시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의 경우 70% 안팎의 기업들이 이미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해부터 일부기업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노사간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기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령화사회에서 조기퇴직을 막고 노령층 실업사태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정년제 폐지 외에는 없어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연령 이후에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어 좋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전성기에 비하면 급여를 적게 받더라도 무직 상태로 연금 수급자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여러모로 낫기 때문이다.

임금피크 연령을 몇 세로 정하고 피크연령 이후의 임금을 얼마로 정하느냐 등이 노사간의 쟁점이 되겠지만 일본의 사례에서나 국내 근로자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합의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본 산요전기의 경우 65세까지 고용을 희망하는 직원에 대해 임금피크 연령은 55세로 정하고, 55~60세까지는 피크임금의 70~75%를 지급하고 60세 이후에는 별도로 약정된 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미쓰비시 전기도 비슷한 케이스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만55~69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취업때 희망하는 임금수준이 전성기에 비해 51~70%를 받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44.6%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전성기때 받던 급여의 절반 이하를 받아도 된다는 응답자도 42%나 됐다.

사회일각에서는 청년실업 운운하며 젊은 사람이 일할 자리도 없는데 무슨 정년제 폐지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청년실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조기퇴직 분위기가 고착화된다면 지금의 청년 역시 고령이 되면 하는 일 없이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상태가 계속된다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고령인구 부양하는 세금으로 바쳐야 하는 부담이 많은데다가 늙어서 하는 일 없이 적은 연금 수입으로 불행하게 지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fenews.co.kr